[비즈카페] 아시아나 주총장 금호家 신경전

입력 2016-03-28 20:34

금호가(家) 형제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시아나항공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28일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장에 대리인을 보내 아시아나항공 경영 상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지난해 대법원이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과 금호석유화학그룹(회장 박찬구)을 서로 다른 기업 집단으로 판결한 후 잠잠하던 양측의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금호석유화학 측 대리인 3명은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 안건을 상정하자 경영 상태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본잠식 상태가 악화돼 자본잠식률이 치솟은 점을 지적했다. 대리인은 “빚을 내서 빚을 갚는 미봉책이 아니라 총체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과 비핵심자산 매각, 부채 감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들은 또 서재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도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들은 발언 기회를 따로 얻지는 못했다. 김 사장이 “8분간 장시간 발언해 다른 주주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표결 끝에 과반이 찬성해 통과됐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부실이 치명적인 항공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 제기를 했다”며 “앞으로도 아시아나항공 경영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감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주총에서 “누적 부진을 극복하고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과 편의를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 측의 자극에 대해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519억원(별도기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를 보유해 금호산업(30.08%)에 이은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다.

한편 이날 열린 금호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이 금호산업 사내이사에 선임돼 3세 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