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악무도한 ‘부활절 테러’

입력 2016-03-28 17:35
넉 달 전 파리 테러의 표적은 도심의 레스토랑과 록그룹 공연장, 축구장 등이었다. 지난주 브뤼셀 테러범들은 지하철과 공항을 공격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예측하기 어려운 장소, 시민의 일상과 너무 밀접해 무작정 경계를 강화할 수도 없는 곳에서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노렸다. 이른바 ‘소프트 타깃’을 향한 테러가 이번에는 급기야 어린이공원을 겨냥했다. 그것도 부활절을 맞아 가족과 나들이 나온 기독교인들을 향해 폭탄을 터뜨렸다.

파키스탄 동부 라호르시(市)의 굴샨 에 이크발 공원에서 27일 오후(현지시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수백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테러범은 아이들이 타는 놀이기구 옆에서 폭탄 스위치를 눌렀다. 목격자는 “아이들 시신이 사방에 널려 있는데 놀이기구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자마트 울 아흐라르는 “부활절을 축하하는 기독교인을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9·11테러의 표적이었던 세계무역센터는 자본주의의 심장부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이제 그런 ‘특별함’을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 테러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이런 식의 공격을 통해 테러범들은 ‘공포의 씨앗’을 뿌리려 한다. 브뤼셀 테러가 발생한 뒤 별다른 위험 조짐이 없던 미국 공항들이 일제히 보안을 강화했고, 각국 정부는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경계 수위를 높여야 했다. 공포를 조장하려 아이들까지 공격하는 비겁한 이들을 세계는 상대하고 있다.

이렇게 비겁한 테러를 100% 막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렇게 비겁한 자들에게 굴복할 순 없다. 전문가들은 소프트 타깃을 방어하려면 ‘특정 시간대(Key Times)’와 ‘특정 지점(Key Points)’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테러는 반드시 사전작업이 이뤄진다. 그 조짐과 징후를 포착해 경계태세를 강화할 시간과 장소를 파악해내는 능력이 이제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