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제품 짝퉁 걱정말고 사라더니… 살 것 없는 ‘알람몰’ 전시행정 눈총

입력 2016-03-29 04:02

평소 병행수입 물품으로 초등학생 딸의 옷과 자신의 화장품을 구매하던 주부 장경희(42)씨는 지난주 반가운 뉴스를 들었다. 병행수입 물품을 믿고 살 수 있는 ‘지식재산권 보호 쇼핑몰(알람몰)’을 정부가 나서서 오픈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여유롭게 쇼핑몰을 방문한 장씨는 10분도 안 돼 예전 소셜커머스 업체로 들어갔다. 화장품과 향수 등을 판매하는 ‘뷰티’ 카테고리에선 자신이 쓰는 브랜드는 물론이고 어떤 제품도 볼 수 없었다. 아이들 물건은 눈을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5일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이 정식으로 문을 연 알람몰이 제대로 물건도 확보하지 않은 유령 쇼핑몰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알람몰은 병행수입 물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와 편의 제고를 위해 병행수입 제품의 구매·반품·사후관리(AS)를 일괄처리할 수 있고 제품 검수를 통해 병행수입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는 쇼핑몰이다. 기재부가 지난해 12월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알람몰을 구축하기로 했다. 여기서는 통관표지 부착물품(QR코드)만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부터 시범운영을 해왔다는 알람몰에선 아동·홈데코 등의 카테고리에는 물건 자체가 아예 없었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병행수입하는 화장품도 다를 바 없었다. 의류도 버버리, 몽클레어 등 10여개 브랜드 상품이 들어왔지만 브랜드별 상품은 많아야 10개에 불과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기업이 이런 식으로 오픈했다면 욕먹을 일’이라며 알람몰 운영 방식에 의문을 표시했다.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쇼핑 매장은 판매 상품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화장품의 경우 모집하기 비교적 쉬운 상품인데도 이렇게 물량이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는 쇼핑몰 운영을 실패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4년 정부가 해외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한국 우수한 중소기업 상품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설립한 ‘K몰24’라는 온라인쇼핑몰이다. 하지만 문을 연 첫해 하반기(7∼12월) 하루 평균 거래액은 1400여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 말만 듣고 알람몰을 믿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QR코드는 서류만 갖추면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일방적인 신뢰를 강요해 소비자들의 선택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