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은 없고 네 탓과 정치구호만 난무하는 선거운동

입력 2016-03-28 17:34
여야 각 당이 선거 체제를 구축하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후보들은 물론이고 여야 지도부가 이곳저곳을 격려 방문하며 표 끌어모으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 불복, 분탕질 등으로 표현되는 파행적 공천에 이어 선거운동도 시작부터 정책 대결이 아니라 정치 싸움으로 일관되는 분위기다.

우선 지금까지 내세운 여야의 공약들이 단지 선거를 위한 구호에 불과할 정도로 허약하다. 공천 과정에서 당내 계파 싸움에만 골몰하더니 가장 중요한 공약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노인 일자리 만들기,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확대, 청년희망 아카데미 같은 일자리 관련 공약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아동학대 방지 대책 등 민생 공약은 재탕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 영입된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도 다 뜯어고치겠다고 했을 정도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충청권 표를 겨냥해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말했다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장기 과제로 슬며시 후퇴했다. 2020년까지 중산층 비율을 70%까지 올리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장밋빛 복지 공약은 있는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복안은 거의 없다. 그저 불요불급한 예산을 절약하겠다는 정도다.

공약이 이 모양이니 정책 대결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신 서로 네 탓만 하거나, 유권자와는 상관없는 현안들이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새누리당은 경제개혁 발목 잡는 야당 심판을, 더민주는 ‘잃어버린 8년’에 대한 경제 심판을, 국민의당은 양당 패권을 무너뜨리는 거대 정당 심판을 외치기만 한다. 모두 내용 없는 정치적 구호일 뿐이다.

게다가 여권에서는 무소속 출마한 비박 의원들의 당선 후 복당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고, 야권 연대 논란은 유권자들과 상관없는 자기들끼리의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 국민 대표를 뽑는 것이 아니라 당리당략에 따른 계파 조직원을 뽑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들 정도다.

선거운동은 변해야 한다. 각 당은 현실성 있게 공약을 좀 더 다듬고, 향후 4년 동안 국정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여야는 19대 국회가 최악이었다는 비판을 겸허히 인정하고, 이렇게 변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당의 공약을 면밀히 살펴보고, 자기 선거구 후보들이 제대로 국정을 수행할 인물인지 세세히 따져봐야 한다. 지연, 학연 등에 얽혀 무능한 후보를 뽑은 뒤 못한다고 욕할 것이 아니라 수준이 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유권자 수준이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이라는 경구를 잊어서는 안 된다. 4·13 총선의 결과는 국민들이 선택하는 대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