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있는 기업 10곳 중 4곳이 현행법에 어긋나는 내용을 노사 간 단체협약에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100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 2769곳의 단협을 분석한 결과, 법을 위반한 단협이 1165개(42.1%)인 것으로 드러났다. 위반 내용별로는 복수노조가 보장됨에도 특정노조만을 유일한 협상대상으로 제한하는 유일교섭단체(28.9%), 고용세습에 해당하는 우선·특별채용(25.1%), 부당노동행위에 다름없는 노조 운영비 원조(9.2%) 등의 순이었다. 정부는 시정 기회를 부여하되 조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위법한 단협 규정들이 지금까지 왜 바로잡히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특히 ‘현대판 음서제’라 할 수 있는 고용세습 조항은 그간 여론의 질타를 받았음에도 일부를 제외하곤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 업무상 사고·질병·사망자 자녀나 정년퇴직자 자녀 등을 우선채용토록 한 사업장만 694곳이었다. 이에 대해 다수 기업과 노조는 실제 적용되지 않는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해명한다. 그 말이 맞는다면 해당 조항을 굳이 살려둘 필요 없이 삭제하면 될 일이다. 유가족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면 단협 규정 외에 다른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겠다.
유일교섭단체 규정도 그렇다.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대부분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사실상 무의미한 조항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지적하는 저의가 의심스럽긴 하다. 실효성이 없는 단협을 억지로 끌어와 노동계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일리가 없진 않으나 그동안 개정 기회가 수차 있었을 텐데도 이를 그대로 방치한 건 잘못이다. 오해를 사지 않도록 협약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노동계가 이번 발표에 대해 악의적 여론몰이라고 반발하는 것은 지나치다. 명확히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고치는 게 마땅하다. 사문화됐다고 주장하는 고용세습 부분도 힘 있는 대기업 귀족노조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면 외부에선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노사는 청년들의 취업기회를 박탈하는 비정상적 관행을 개선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500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벼운 만큼 이 또한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사설] 고용세습 등 법 위반한 단협 규정 바로잡아라
입력 2016-03-28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