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말 폭탄’… 北 5차 핵실험 우려 고조

입력 2016-03-28 21:51 수정 2016-03-29 00:16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부인 이설주와 함께 새로 건설된 미래상점과 종합봉사기지를 시찰했다고 28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앞줄 왼쪽부터 이설주, 김 제1비서, ‘김씨 일가의 금고지기’ 전일춘 노동당 제1부부장.뉴시스

북한이 조만간 5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 노골적인 대남 위협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김일성 주석 생일인 다음 달 15일 또는 제7차 노동당대회를 앞둔 4월 말에서 5월 초에 고강도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근 공개 활동과 북한 당·정·군 기관들의 대남 위협 언사만 봐도 이런 우려는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과 소형화된 핵탄두, 탄도미사일 대기권 재돌입 시험, 고체연료 미사일 엔진 시험을 잇달아 실시하며 실질적인 핵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한을 핵으로 공격하거나 청와대 등을 직접 공격하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김 제1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단거리 미사일 발사 훈련을 보도하면서 “해외 침략무력이 투입되는 적 지역 항구들을 타격하는 가상의 내용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유사시 미군의 증원 병력과 물자가 도착하는 남측 항구를 핵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등 우리 정부기관을 방사포로 타격하겠다는 위협도 이어졌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함께 장사정포 공격 능력 진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김 제1비서는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연설과 올해 신년사에서 ‘핵’이란 단어를 전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때문에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은 올해 핵 개발보다는 경제 발전에 주력할 것’이라고 오판하도록 유도했다. 지금의 강경 발언은 대내외용 ‘말 폭탄’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혼란이 빚어지는 것은 김 제1비서가 국제적 흐름을 읽어 ‘예측 가능’했던 선대(先代)와 달리 ‘우물 안’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안보리 결의 등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반발해 오히려 5차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어 충돌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간부들이 대북제재 결의 채택 직후 이란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은밀히 ‘구명 활동’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찬성한 중국에 핵무기로 맞서자는 내용의 북한 노동당 내부 문서가 일본 산케이신문 등에 공개됐다. 산케이신문은 안보리 결의 채택 이후인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중앙본부가 각 지방을 총괄하는 도당위원회에 보낸 ‘방침 지시문’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시문에는 ‘모든 당원과 근로자들은 사회주의를 배신한 중국의 압박 책동을 핵폭풍의 위력으로 단호히 짓부숴 버리자’는 제목이 달려 있었다. 이 지시문이 손으로 쓰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공식 문서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