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로스쿨 ‘불공정 입학’ 의심 상당수 적발

입력 2016-03-29 04:02

교육부가 올해 초 전수조사를 통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에서 ‘불공정 입학’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다수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합격자의 자기소개서 등 입학 서류에 사회지도층 자제임을 노골적으로 기재한 경우들이 확인됐다. 대학입시나 행정고시 등 주요 시험에서 부모의 지위를 공개하는 행위는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부정행위로 간주해 탈락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교육부는 로스쿨의 ‘법조 엘리트 양성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면접 비중 대폭 축소 등 개혁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8일 “조사 과정에서 유명 사립대 로스쿨 부학장조차 ‘잘못된 관행이 많았다’고 인정할 정도”라며 “대대적인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 방안을 발표한 뒤 사시 존치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 6주 동안 로스쿨 입학 과정을 조사했다. 당초 로스쿨 교수 자제들의 부정 입학 의혹이 일었던 일부만 집중해 들여다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의혹 사례들이 확인되자 교육부는 전국 로스쿨 25곳을 전수조사키로 결정했다.

교육부 조사 결과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신분을 드러낸 경우가 다수 확인됐다. 성장배경을 기술하는 과정에 ‘아버지가 재판을 준비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느낀 점’ 등을 적는 식이다. 수험생 부모가 검사인지 판사인지 신분을 알 수 있는 자기소개서도 다수였다. 심지어 직업뿐 아니라 부모 이름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쓴 자기소개서도 있었다고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런 자기소개서를 쓰고도 로스쿨에 합격했다”며 “대입이나 공무원 시험 같은 민감한 시험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문제는 이를 방지하는 학칙조차 없는 로스쿨이 많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선발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면접 점수의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로스쿨도 적발됐다. ‘논리적 사고와 표현력’이나 ‘발전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아무 근거 없이 ‘00점’이라고 점수만 적어놓은 것이다.

교육부는 4·13총선 직후인 다음 달 중순에 있을 조사 결과 발표에서 법조인, 정치인, 교수 등 사회지도층 자녀의 로스쿨 진학 비율을 공개할 예정이다. 로스쿨에 진학한 사회지도층 인사의 자녀 비율이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로스쿨 입학 과정의 부정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로스쿨들의 자료 공개 거부로 구체적 수치가 드러난 적은 없다. 다만 교육부는 불공정 입학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여과 없이 공개할 경우 로스쿨 폐지론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공개 수위를 고민하고 있다.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직 로스쿨 교수가 지인인 변호사 아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동료 로스쿨 교수 연구실을 찾아다닌 사례도 있다”며 “로스쿨은 입학에서 취업까지 ‘금수저’에게 너무나 완벽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