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재)군산사회복지장학회] 어려운 이웃 위해 22년간 120억 통 큰 지원

입력 2016-03-28 19:48
전북 군산지역 아동시설 학생들이 지난해 10월 군산사회복지장학회의 초청으로 에버랜드 나들이에 앞서 김기봉 이사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군산사회복지장학회 제공
전북 군산의 아동복지시설에 사는 초등학생 김모군은 지난해 10월 난생 처음 에버랜드를 구경했다. 형, 누나 등과 함께 호랑이와 사자를 보고 놀이기구를 타며 소리를 질렀다.

‘군산시 청소년 추억 가을여행’이란 이름의 이 나들이엔 3개 아동시설에서 생활하는 200여명이 초대됐다. 이후 행사를 주최한 장학회 사무실에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적은 감사 편지가 수십 통 도착했다.

(재)군산사회복지장학회는 1994년 3월 첫발을 내딛었다. 장학회는 소년소녀가장 돕기를 비롯해 장학사업과 노인·장애인 복지사업을 펼쳐오고 있는 순수민간단체이다.

장학회 설립자는 김기봉(61) 이사장이다. 서울에서 가방 제조업과 외식업을 하던 김 이사장은 30대 초반이었던 87년 ‘소년소녀가장자립위원회’를 세운 뒤 고향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에 헌신했다. 네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서 자란 시절을 생각하며 힘겹게 지내는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준 것이다.

7년 뒤 뜻을 같이하는 33명의 자영업자들이 모여 ‘군옥장학회’를 설립, 소외계층 돕기와 인재양성에 나섰다. 첫해 4월 당시 옥구군 소년소녀가장 33명을 초대해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5만원씩의 장학금을 줬다. 7월엔 체육대회도 열었다. 참가자들에겐 자전거 49대와 학용품, 기념품 등이 쥐어졌다. 2년 뒤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뒤에는 재단법인으로 변신했다. 이후 1년에 2차례 이상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김 이사장의 폭넓은 인맥을 활용, 1996년 연예인들을 초청해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한 축구대회도 열었다. 최수종 한무 송경철 씨 등 26명이 동참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3년 전부터는 영화배우 정준호씨 등이 참여한 연예인 자선골프대회를 열고 기금으로 각종 지원사업을 펴고 있다.

장학회는 기초생활자나 노인, 장애인들을 위한 후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느 해 월명체육관에서 연 노인잔치에는 5000여명이 모였다. 푸짐한 음식과 공연을 관람하게 한 뒤 1인당 1만원씩의 용돈을 드렸다. 현금으로만 5000만원이 넘는 액수였다.

지난 22년간 장학회가 지역 사회를 위해 쓴 돈은 120억여원. 김경식(51) 총무이사는 “통계를 낸 적이 없어 정확한 액수는 모른다. 아마 그보다 많을 것”이라며 “기금 이자가 많지 않아 대부분의 행사는 김 이사장이 기부한 돈으로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3년 전엔 지역에서 야구를 하는 초·중학생들을 서울로 초대해 대한민국 최고 투수 중 한 명이었던 박찬호 선수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평소 학생들에게 “역경에 굴하지 않고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해 달라”고 강조한다. 그는 “혼자 하기 힘든 일이었는데 힘을 합치니 큰일을 해내고 있다. 그동안 해오던 일,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군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