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로스쿨 입시 어떻길래… 성적은 요식행위 ‘교수 면접이 당락 좌우’

입력 2016-03-29 04:00

로스쿨 입학은 면접관인 교수들이 좌우한다. 교수들의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 수치로 비교하는 ‘정량적 요소’가 평가에 반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교수 주관이 반영되는 ‘정성평가’에서 당락이 갈린다는 게 교육부와 로스쿨 관계자, 입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로스쿨 입시는 겉보기엔 1, 2단계로 구분해 공정하고 체계적으로 뽑는 것처럼 보인다. 로스쿨 25곳의 입시가 제각각이지만 법학적성시험(LEET), 대학 학부성적, 어학성적, 서류심사 등으로 1단계 합격자를 가려내는 게 일반적이다. 1단계에서 정원의 3∼7배를 뽑는다. 경쟁률이 3∼4대 1 수준이다.

2단계에서는 논술과 면접 등을 거친다. 면접에서는 표현력, 논리성, 발전가능성, 인성 등을 평가한다. 2단계 점수와 1단계 점수를 합산하는 ‘총점 순위’ 방식이 많이 쓰인다. 입학정원 150명인 서울대 로스쿨의 심층선발 전형의 경우 1단계에서 3배수인 450명을 뽑는다. 1단계 300점 만점 중 ‘정성평가’가 120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단계에선 1단계 성적과 면접·구술고사 점수(200점 만점)를 합산해 뽑는다. 면접관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하는 것이다.

입학정원 120명인 경북대도 마찬가지다. 2단계 구술면접이 70점 만점이다. 2단계에서 법학적성시험·어학·서류 점수를 보는 1단계 성적(400점 만점)을 반영하고 있어 구술면접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법학적성시험 등 다른 요소에서 점수 차이가 크지 않은 합격권 수험생들에게 면접 점수는 절대적이다.

성균관대도 비슷하다. 법학적성시험 25점, 대학학부 성적 15점, 서류심사 40점 등으로 1단계 합격자를 뽑는다. 1단계 성적(80점 만점)과 면접(20점 만점)을 합쳐 최종 합격자를 가려낸다. 교수의 주관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은 서류심사(40점 만점)와 면접(20점 만점)으로 전체 점수 비중에서 60%를 차지한다.

다른 평가 요소에 기본 점수를 높게 부여해 면접 비중을 훨씬 높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학성적의 만점이 100점이라면 일정 수준을 넘긴 모든 수험생에게 기본 점수로 90점 이상을 준다. 이렇게 하면 어학 점수의 실질적 반영 점수는 10점 미만이 되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로스쿨 교수는 28일 “교수 의견을 중시하는 미국식 로스쿨을 본뜬 건데 100년 이상 신뢰관계를 쌓아 온 결과물”이라면서 “역사·문화적으로 완전히 다른 미국식 제도를 무턱대고 들여와 우리 법조인 양성 체계가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