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AI) 또는 로봇이 화제다. 엄밀히 말해 AI와 로봇은 다르지만 많은 경우 같은 의미로 혼용된다. 로봇공학의 선두주자 미국의 카네기멜론대는 2003년부터 현실과 허구를 망라해 최고의 로봇을 뽑아 헌액하는 ‘로봇 명예의 전당(Robot Hall of Fame)’을 운영해 왔는데 여기서 로봇은 AI까지 포괄한다. 지금까지 나타난 가공(架空)의 로봇이나 AI는 많지만 이곳에 헌액된 것은 몇 안 된다. 로봇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영화에 나온 주요한 로봇과 AI는 이렇다.
△터미네이터 T-800: ‘터미네이터’(제임스 카메룬 감독·1984)의 인간형 살인 로봇. 표면에 인조 피부를 입혀 다치면 피를 흘린다.
△마리아와 고트: 마리아는 영화에 최초로 등장한 로봇이자 최초의 여성형 로봇이다. 독일 흑백 무성영화 ‘메트로폴리스’(프리츠 랑·1927)에 나왔다. 고트(Gort)는 ‘지구가 멈춘 날’(로버트 와이즈·1951)에 나온 외계 로봇이다. 손가락에서 발사하는 광선으로 무엇이든 증발시켜버린다. 그러나 그의 폭력성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인간의 공격성이 원인이었다.
△아톰: 일본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가 1951년에 창조한 만화 주인공. 겉모습은 어린이지만 초능력에 영혼과 양심, 인간적 감정까지 갖고 있다. 아톰은 아톰을 보고 자란 전 세계의 로봇공학자들에게 궁극의 목표가 되고 있다.
△핼(HAL) 9000: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스탠리 큐브릭·1968)에 등장하는 AI. 핼은 ‘발견법적으로 프로그램된 연산컴퓨터(Heuristically Programmed Algorithmic Computer)’의 약자다. 우주선에 장착돼 두뇌 역할을 하며 스스로의 판단으로 활동한다. 자신의 임무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인간 승무원을 살해하기도 한다. 알파고로 촉발된 ‘무서운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허구적 예다. ‘로봇 명예의 전당’이 문을 열자마자 처음헌액된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63> 로봇 명예의 전당
입력 2016-03-28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