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쯤 대리운전을 부른 적이 있다. 새벽 시간,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에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한 대리기사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세워둔 거 같다. 오전에 출근하기 위해 나가보니 그랬다. 그런데 왼쪽 사이드미러(side mirror)가 파손돼 있는 게 아닌가. CCTV를 보면 ‘범인’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비장애인이 세워서는 안 되는 곳에 주차한 ‘원죄’가 맘에 걸려 그만뒀다. 한쪽 사이드미러가 없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건 정말 어려웠다. 왼편 끼어들기를 할 수가 없어 창문을 내려 고개를 젖혀보기도 했고, 룸미러를 통해 뒤차를 식별하며 회사 근처 단골 정비소까지 15㎞를 겨우겨우 갔다.
이런 사이드미러를 양쪽 다 접고 고속으로 주행하는 차가 있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그것도 재벌 3세가 그러고 있단다.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이 운전기사에게 사이드미러를 접고 달리게 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앞서 연초 한 지상파 방송 시사프로그램도 다른 그룹의 3세 오너가 기사에게 사이드미러를 펴지 못하게 하고 운전을 시켰다고 폭로했다.
도대체 이들은 왜 기사에게 사이드미러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을까? 포털에 사이드미러를 치면 곧바로 ‘사이드미러 접고 운전하는 방법’이라는 글이 뜬다. 요지는 사이드미러에 안 보이는 사각지대를 잘 보기 위한 운전연습이다.
하지만 재벌 3세가 베테랑 기사의 운전기술 연마용으로 사이드미러를 접게 했을 리는 만무하다. 이 부회장의 전직 운전기사 A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기만의 어떤 프라이드가 있었던 거 같다”면서 “자기와 눈이 마주치면 안 된다고 해서 (룸미러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사이드미러를 접는 게 자존심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론 절대 안 하는 게 좋다. 아무리 난다 긴다 하는 재벌 3세지만 사고 나면 기사만 다치지 않는다. 해봐서 아는데 사이드미러 없이 하는 운전은 진짜 아슬아슬하다.
한민수 논설위원 mshan@kmib.co.kr
[한마당-한민수] 사이드미러
입력 2016-03-28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