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이 불과 17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권 내부에서는 야권연대에 대한 절박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과 더민주 박광온 의원 지역구인 경기 수원정에 대한 단일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정의당이 “파렴치하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등 야권연대는커녕 서로 가시 돋친 말만 주고받고 있어 극적 타결이 더 요원해지고 있다.
◇‘연대’ 하자면서 감정싸움만=더민주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의당과 수도권 2곳의 지역구에서 야권연대를 요구했다. 정 단장은 “심 대표와 우리 당 박준 후보가 있는 경기 고양갑과 우리 당 박 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있는 경기 수원정에서 경선을 이미 제안했다”며 “다시 한 번 (제안 수용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후보 간 경선을 하자는 것이지만 두 곳 모두 현역 의원이 있는 곳이라 사실상 맞교환하자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제안이다.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더민주는 정의당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후보 중 하나인 박 의원을 사퇴시켜 달라는 패권적 요구를 하며 야권연대를 일방 폐기한 바 있다”며 “(정 단장의) 무례하고 파렴치한 발상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와서 두 지역을 연계해 단일화하자는 것은 우리 당 대표의 지역구를 볼모로 삼아 박 의원을 사퇴시키려는 매우 비겁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행태는 새누리당 총선 승리에 더민주가 우회적 역할을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권연대를 두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감정싸움도 극한대립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정 단장은 “국민의당 주요 당직자가 개별적 (연대) 논의조차 제명시키겠다고 했는데 그 의도를 잘 모르겠다”며 “국민의당에서 최근 수도권에 ‘알박기 형태’로 전략공천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 곳곳에서 야권 후보들이 나뉘어 승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단일화가 절실하다면 더민주가 결단하라”고 반박했다. ‘알박기’ 비판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 당에 경선을 신청해 아쉽게 (탈락한) 분이 수도권에서 다시 하겠다는 걸 왜 비난하는지 모르겠다”고 맞받아쳤다.
◇일여다야 구도에 수도권은 비상=지도부는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수도권 선거현장은 비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수도권 122개 지역구 가운데 104곳에 2개 이상의 야당이 후보를 냈다. 이 가운데 33곳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모두 후보를 냈다. 중앙선관위가 다음 달 4일부터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감에 따라 야권연대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는 이제 일주일 정도뿐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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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7 21:23 수정 2016-03-27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