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최근 여당의 공천 파동에 대해 “공천이 아니라 ‘악랄한 사천(私薦)’이며 비민주적인 정치 숙청과 다름없다”면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선언했다. 정 의장은 “나는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고 싶다”며 “괜찮은 사람들끼리 모여 정치 결사체를 만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정 의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공천은) 정당민주주의의 파괴”라며 “이미 사당화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생각이 사라졌다”면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당 안팎에선 총선 이후 정 의장이 ‘친정’인 새누리당에 돌아가는 대신 ‘3·15 공천학살’ 이후 무소속 출마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세 규합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국회의장 취임으로 소속 정당이 없어진 정 의장의 ‘마이웨이 선언’에는 ‘불공정 공천’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좋은 말을 했는데 오히려 점점 비정상으로 가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이렇게 사당화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 공천 과정을 맹비판하면서 “정당민주주의를 이런 식으로 깔아뭉개는 정당에 들어가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나 하는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까지 한 사람이 편하게 살겠다고 하는 것은 죄악”이라며 “새로운 정치질서를 위해 무엇인가를 고민해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장은 “이는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정당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을 완전히 뭉개버린 것”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모두 날려버리는 조선시대의 사화(士禍)와 같은 꼴”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정 의장은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하고 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공천을 바로 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사천을 하니 비분강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겨냥해선 “공관위원장은 인격이 훌륭하고 중립적인 사람이 해야 하는데 (이번 공천으로) 새누리당은 사당화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향후 정 의장의 독자 행보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낙천한 현역 의원들의 계파 분류나 정치적 지향점이 하나로 묶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던 의원들의 생환율도 독자 세력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 의장은 유승민 의원에 대해 “당선돼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그건 옛날 방식 아니냐. 차라리 밖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 의장이 대권 행보 등 정치적으로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목소리를 키우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의장은 지난 1월 새누리당 의원들이 ‘안철수 신당 합류설’ ‘호남 출마설’ 등에 대한 입장을 촉구하며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 개정 압박 수위를 높이자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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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공천 아닌 악랄한 사천 새누리로 돌아갈 생각 사라졌다”… 정의화 ‘친정’ 작심 비판
입력 2016-03-27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