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로스쿨 ‘약속장학금’ 도입

입력 2016-03-27 21:35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졸업 후 자신의 소득 일부를 학교에 기부하는 ‘약속장학금제’를 도입했다. 소득 하위 50% 이하 가구의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주는 등 가정형편에 따른 장학금 지급 방침도 강화했다.

서울대는 올해 1학기부터 로스쿨 장학금 제도를 개편하고 독일 부체리우스 로스쿨을 벤치마킹한 약속장학금 제도를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을 때 ‘취업 후 안정적 소득을 받게 되면 5년 이내 기부를 시작해 10년 이내 재학 중 받은 도움 이상을 후배들에게 되돌려 줄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증서를 내야 한다. 부체리우스 로스쿨에선 등록금을 면제받는 대신 학생들이 졸업 후에 일정 소득 이상을 벌면 10년간 소득의 9%를 기부하겠다는 서약을 한다.

이원우 서울대 로스쿨 학장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나 받은 도움에 대해 도덕적 의무감을 갖게 하는 차원에서 도입하기로 했다. 정착되면 기부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장학 재원의 안정적 조달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으로 전체 로스쿨 학생 466명 가운데 132명(28.3%)에게 전액 장학금이 지급됐다. 소득에 따라 10개 구간으로 나눠 하위 1∼5분위의 학생은 모두 혜택을 받았다. 6∼10분위 학생은 가장 실직, 과다 부채 등 실질적인 가정형편을 고려해 등록금의 20∼100%를 장학금으로 줬다.

등록금에 더해 ‘생활비 장학금’도 확대됐다. 이번 학기에만 61명에게 30만∼50만원의 생활비가 전달됐다. 소득 1분위 학생은 모두 생활비 장학금을 받았다. 2분위는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한 학생에게 지급됐다.

하지만 등록금을 낮추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비싼 학비 때문에 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 ‘금수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사립대 로스쿨의 경우 연간 등록금이 200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서울대 로스쿨의 등록금은 지난해 1339만2000원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대 방안은 등록금을 15% 인하해야 한다는 교육부 방침을 거부하고 기존 저소득층 장학금을 재구조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