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욕망을 위해 당이 분열… 정치인들은 기득권 위해 편승”

입력 2016-03-27 21:08 수정 2016-03-27 21:11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7일 광주민주화항쟁 희생자들이 묻힌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김 대표 오른쪽은 최정길 5·18민주묘지 관리소장.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이틀 동안 광주 일정을 소화하며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이 끝나자마자 호남을 방문해 민심행보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하며 호남 민심을 수습하는 동시에 야권 분열의 책임을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물어 더민주 지지를 호소했다.

김 대표는 27일 광주 북구에 위치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광주 전남이 야당 분열을 만든 하나의 요인이 돼선 안 되겠다”며 국민의당을 정면 겨냥했다. 김 대표는 “특정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당이 분열로 갔다”며 “거기에 편승해서 호남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이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 당을 분열했던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대권 욕심 때문에 야권 분열을 이끌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친노(친노무현) 세력과 문 전 대표를 견제하기도 했다. 그는 ‘광주 전남 국회의원 후보자 연석회의’에서 “광주 전남에 와서 흔히 듣는 얘기가 뭐냐면 더민주가 4·13총선이 끝나면 옛날 같은 ‘패권주의 정당’으로 회귀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라며 “그런 상황이 절대로 오지 않도록 제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중앙위원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참 죄송스러운 사태가 발생했다”며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에 문제 제기한 친노 세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전날에도 김 대표는 광주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광주 전남 분들은 내가 문재인 대리인 비슷하게 (왔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운동권적 사고방식으로 당을 운영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서삼석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축사에서는 “바지사장 노릇을 못한다”고 해 문 전 대표와 선을 그었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칩거를 끝내고 사실상 정치일선에 복귀한 만큼 김 대표와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김병관 후보를 지원하러 부활절 미사에 참석한 문 전 대표는 김 대표가 ‘운동권적 사고방식’을 비판한 것에 대해 묻자 “그걸 나한테 왜 물어보느냐”며 쏘아붙였다.

김 대표는 광주 지역 유권자에게 야권 분열의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는 광주 더불어경제콘서트에서 “광주 유권자들이 분열된 야당 형태를 그대로 인정해 나중에 한국의 야당사에 아주 얼룩을 남겨주지 않으실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앞서 광주·전남 후보자 연석회의에서도 “왜 광주전남 유권자들이 호남정치 분열에 앞장서야겠느냐”고 했다.

국민의당 김정현 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야당 분열의 책임을 결국 광주 유권자들이 져야 하고 정권 창출을 방해하지 말라는 식의 언동을 서슴지 않는 것은 광주시민은 물론 호남 전역의 유권자들을 정면으로 모독한 것”이라고 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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