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친정체제 강화… 차기 구도 입김 세지나

입력 2016-03-27 20:57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 논란이 일었던 사외이사도 원안 그대로 임명하면서 향후 지주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금융지주에서는 사외이사 임명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27일 각 사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24일 열린 주총에서 남궁훈 사외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임명했다. 2011년 3월 사외이사가 된 남궁 이사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제한한 임기 5년(연임 포함)을 채웠다. 하지만 기타비상무이사로 임명돼 1년 더 이사회에 참여하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한동우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서울대 법대 선배이자 이사회 의장을 지낸 남궁 이사를 통해 향후 후계구도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 후 기타비상임이사로 임명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 회장은 주총장에서 “마무리가 잘못되면 지난 5년이 다 잘못되는 것”이라며 마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논란이 된 인물들이 이사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빛이 바랬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과거 ‘신한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라응찬 전 회장의 차명계좌 수사 관련 인물인 이정일 사외이사와 이흔야 사외이사도 주총에서 신규 선임됐다. 신한금융은 두 사람이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신한금융 이사회가 경영진과의 관계에서 독립성이 흐트러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의 차기 회장 후보로는 실적 면에서 월등한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건강 악화로 은행장에서 물러났던 서진원 신한은행 부회장과 주총을 앞두고 물러난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도 거론된다.

하나금융도 지난 25일 주총에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김병호 지주 부회장을 지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기존에 유일한 사내이사였던 김정태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는 3명으로 늘었지만 후계구도의 열쇠는 김 회장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은 2018년 임기가 끝난다. 새로 선임된 박원구 서울대 특임교수를 포함해 이번에 선임된 사외이사 6명 모두 김 회장 재임시절 사외이사가 됐기 때문에 김 회장이 확실한 주도권을 갖고 있다.

KB금융은 2014년 11월 취임한 윤종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이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KB 사태 이후 사외이사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모범규준에 따라 평가 하위 20%를 교체하겠다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번 주총 전 관련 규정을 바꿔 사외이사 임기를 2년으로 늘리고 기존 사외이사 6명을 모두 잔류시켰다. 사내이사 임명이 유력시됐던 김옥찬 지주 사장은 사내이사로 임명되지 않았다. 반면 KB금융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KB금융은 KB 사태로 사외이사들이 전원 사퇴한 이후 새롭게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 있다”며 “경영진이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토대로 임기 연장에 대해 감독 당국과 협의를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