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다 이기고 무덤에서 살아 나셨네. 어두움을 이기시고 나와서… 예수 다시 사셨네.”(찬송가 160장 ‘무덤에 머물러’)
27일 부활절을 맞아 전국 교회가 일제히 죽음의 권세를 이긴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했다. 부활 후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내 양을 먹이라’(요 21:17)는 명령을 기억하며 평생 소외된 이웃을 섬기며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가 될 것을 다짐했다.
◇60개 교단 한자리에서 부활의 능력 찬양=한국교회 60개 교단 대표와 성도들은 서울 강남구 논현로 광림교회(김정석 목사)에서 ‘2016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다. 8000여명의 참석자들은 예수의 부활을 기리며 한국교회의 연합과 한반도 통일, 세계 평화를 간구했다.
예배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교단장회의)가 주축이 된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준비위)’ 주최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한국교회의 부활신앙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이끈 횃불이었으며, 6·25전쟁으로 고난 받던 국민들에게는 희망의 이정표 역할을 했다”며 “성도들의 기도로 나라가 직면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부활의 생명이 북녘에도 퍼져 나가 기아와 폭정으로 고통 받는 북한주민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예배는 이영훈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순복음 총회장의 집례로 진행됐다.
채영남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은 ‘부활의 생명을 온 누리에’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인류는 전쟁과 폭력, 가난과 기아, 경제적 양극화, 생태계위기 등으로 인해 생명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지금처럼 가난한 이들과 자연을 희생양으로 삼아 탐욕을 채운다면 인간은 결국 공멸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 총회장은 “오직 하나님의 생기가 불어와야 생명이 소생하며 참된 평화가 임할 수 있다”며 “하나님으로부터 임하는 부활의 생명과 빛이 충만할 때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 한반도의 통일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영식(기독교한국침례회) 송덕준(예수교대한성결교회) 임종원(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총회장이 등단해 ‘대한민국의 평화통일’ ‘한국교회의 회개와 성숙’ 등을 위해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박무용 예장합동 총회장의 집례로 성찬에 참여했다. 예배는 김선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전 감독회장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이날 예배의 헌금은 통일기금 조성과 소외된 이웃 섬김,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새예배당 건축을 위해 사용된다.
이날 교단장회의는 한국교회의 일치를 촉구하는 결의문도 발표했다. 교단장들은 “하나 됨은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명이자 시대적 요구”라며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 신앙 안에서 우리가 한 가족이라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은 통합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두 기관이 통합 후 장차 분열 없는 한국교회를 위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도 하나 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준비위 대표대회장 전용재 기감 감독회장은 “대한민국에는 소외와 반목, 차별과 양극화, 경색된 남북관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며 “이는 부활하신 주님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해결해야 할 기도제목”이라고 강조했다.
◇부활절 예배서 사회적 약자 품고 교회연합 간구=NCCK는 26일 밤 11시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2016 한국기독교 부활선언예배’를 드렸다. 형무소 여(女)옥사, 사형장 등을 걷는 ‘빛의 예식’으로 시작된 예배에는 60여명이 참석했다.
‘부활의 관계자’를 제목으로 설교 한 서진한(대한기독교서회 사장) 목사는 “우리의 근대사는 내몰려 죽고 저항하다 살해당한 사람들의 역사”라며 “이 형무소에서 죽어나간 선조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비정규직 해고자, 노숙인들의 삶을 반추하자”고 말했다. 서 목사는 “크리스천은 ‘내가 부활의 관계자가 되는가’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에 동참할 때 그 부활은 우리와 관계된 무엇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NCCK는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공동 작성한 2016 남북교회 부활절 공동기도문에서 “남북의 동포들이 분단의 빗장을 풀고 두 날개로 힘껏 날아오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를 하며 “세월호에 갇힌 우리의 이웃, 죽음의 문화 속에서 신음하는 어린 생명들, 전쟁 위기로 먹구름이 드리워진 한반도, 절망과 상처가 삼켜버린 듯한 오늘의 세상에서 부활 신앙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수원 제주 등 지역 기독교총연합회도 실내체육관과 시민공원, 지역 대형교회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고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 교회연합을 이루고 사회적 책임을 적극 감당하겠다고 다짐했다.
백상현 이사야 최기영 기자
Isaiah@kmib.co.kr
“부활의 빛과 생명으로 이 땅에 참된 용서와 화해를”
입력 2016-03-27 18:07 수정 2016-03-27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