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폭탄테러를 계획한 유력 용의자가 벨기에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벨기에 자벤템 공항 CCTV에 찍힌 용의자 3명 중 한 명(오른쪽 사진)이다. 벨기에에서는 테러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이민 정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테러 용의자 파이칼 셰푸(35·왼쪽)가 지난 24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기소됐다고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셰푸는 조사과정에서 입을 다물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현지 프랑스어 일간 르수아르에 따르면 경찰은 테러 당일인 22일 오전 셰푸를 태운 택시기사의 증언을 토대로 그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AFP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경찰이 당시 CCTV에 촬영된 인물 중 자폭테러를 감행한 2명 외 검은 모자와 베이지색 겉옷을 입고 있던 인물이 셰푸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24일 체포 당시 셰푸의 거처에서는 무기나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네덜란드어 일간 HLN에 따르면 경찰은 DNA 검사를 통해 정확한 신원을 파악할 계획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셰푸는 2005년부터 북아프리카 지역에 방송되는 라디오 ‘컨텍트-인터’에서 일한 언론인 출신이다. 2014년 이후에는 1인 미디어를 자처하며 ‘억압받는 자들’이란 채널을 유튜브에 만들어 동영상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이들 영상에서 셰푸는 “브뤼셀 북서부 난민센터의 수용환경이 무슬림의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므로 벨기에 무슬림들이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간 라카피탈레는 셰푸가 2002년 벨기에 경찰의 총격에 형제를 잃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당시 셰푸의 형제 카림은 수차례 강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하려는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런 가운데 27일 브뤼셀 시내에 마련된 테러 희생자 추모광장에서는 우파 시민 수천명이 반이슬람 시위를 벌였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여기는 우리 땅이다”라고 외치며 무슬림들의 추방을 요구했고, 일부는 나치식 경례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또 시위대가 현장에서 불을 질러 연기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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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7 21:35 수정 2016-03-28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