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 이메일 등 ‘증거 인정’ 법제화 추진

입력 2016-03-27 18:07 수정 2016-03-27 21:44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등에서 디지털 증거 능력을 상당 부분 인정받지 못했던 검찰이 1961년 이후 55년간 유지돼온 증거법 손질 작업에 착수했다. 대검찰청에 현행 증거법의 문제를 분석하는 조직을 만들어 수사 환경 개선에 나선 것이다. 그간 법원이 지나치게 엄격히 판단하던 전문증거(傳聞證據·법정 증언이 아닌 간접적 형태로 제출된 증거) 인정 요건을 현실화·다양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대검찰청은 디지털 증거 규정을 연구·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최근 신설, 운영에 들어갔다고 27일 밝혔다. 과학수사부를 중심으로 반부패부와 공안부 등이 참여하고 있다. TF는 현행 증거법이 불합리하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선고가 나온 국정원 댓글 사건을 지목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이 심리전단 안에서만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에 스스로 보낸 이메일 첨부파일을 선거 개입의 증거로 내놓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기억이 없다”고 법정 진술했다는 이유로 첨부파일 문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대중정부 시절 최대 공안사건인 영남위원회 사건(99년) 이후 법원이 전문증거의 진정성을 엄격히 판단하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당시 영남위원회 간부들의 플로피디스켓에 저장돼 있던 이적성 문건이 증거로 제출됐다. 하지만 법원은 “내가 작성한 것이 맞다”는 확인을 받지 못했다며 증거능력을 배척했다. 이후 ‘일심회 사건’ ‘왕재산 사건’에서도 ‘수사 대상자’에게 증거능력을 묻는 일이 계속됐다.

검찰은 포렌식(법과학) 수사관 등 제삼자의 증언이 뒷받침된다면 디지털 증거의 능력이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증거의 특성상 ‘자필’ ‘서명’ ‘날인’ 등이 없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문구를 새로 다듬는 방안도 거론된다. 독일 등의 입법례를 참고, 경우에 따라서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을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증거법 개정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취임 직후 선정한 검찰의 수사력 강화 핵심과제 70여개 가운데 시급한 사안으로 분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증거는 디지털로 존재하는데 법은 아직 아날로그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정현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