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미운오리’서 ‘백조’로 탈바꿈… 추일승 감독 선임 후 팀 재정비 2연속 PO행

입력 2016-03-27 21:17
전주 KCC 전태풍(오른쪽)이 27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고양 오리온 조 잭슨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고양 오리온은 한국프로농구(KBL)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팀이다. 2000년 초반 화려한 플레이로 ‘전국구’ 구단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이면 계약파동, 연고지 이전 잡음 등으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14년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눈앞에 두며 이런 설움을 한 방에 날릴 기회를 맞고 있다.

오리온은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부터 프로에 뛰어들었지만 그다지 성적이 좋지 못했다. 1998-1999시즌에는 역대 최다이자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32연패 불명예를 안았다.

그런데 2년 뒤 기적을 일으켰다. 2001-2002 시즌 창단 첫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매직 핸드’ 김승현과 ‘플라잉 피터팬’ 김병철, ‘에어’ 전희철이 버틴 오리온은 화려한 공격농구로 일약 전국구 구단이 됐다. 오리온 관계자는 “당시 우리가 처음 풍선 응원을 했을 때 다른 팀이 모두 따라했다”면서 “그 정도로 우리가 프로농구를 주도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런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승현의 부상과 연봉협상 마찰 등이 이어지며 2007-2008 시즌부터 4시즌 동안 최하위 3회, 9위 1회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김승현 이면계약 사태까지 불거지며 끝없는 추락을 반복했다. 오리온은 2008-2009 시즌에 김승현에게 공식 연봉 5억 5000만원보다 5억원이 많은 10억5000만원을 지급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2009년에는 국가대표 전임 김남기 감독을 사령탑에 선임하며 KBL에서 ‘공공의 적’이 됐다. 2011년에는 15년 동안 몸담았던 대구에 한 마디 양해도 없이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겨 수많은 팬들의 원성을 샀다. 연고지 이전 직후 고양실내체육관에선 홈 팀보다 원정 팀을 더 많이 응원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KBL 내부에서도 “오리온이 계속 말썽을 부려 프로농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오리온은 2011년 추일승 감독을 선임하고 팀을 재정비하면서 서서히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김승현과 김동욱을 맞트레이드하며 이면계약 파동을 마무리 지었고 지난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리고 이제 14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오리온은 27일 챔피언결정전(7승4선승제) 5차전에서 전주 KCC에게 88대 94로 패했지만 3승2패로 앞서 있다. 이제 1승만 거두면 미운오리새끼에서 화려한 백조로 탈바꿈하게 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