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선 본인이 부정해도 ‘디지털 증거’ 인정

입력 2016-03-27 17:41 수정 2016-03-27 21:41

미국은 디지털 증거에 대한 증거 능력을 한국보다 폭넓게 인정한다. 이메일이나 웹사이트에 게시된 글의 작성자를 직접 확인하지 못해도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형사소송법은 디지털 증거를 ‘전해들은 증거’라는 의미인 ‘전문증거’로 본다. 작성자가 디지털 자료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진정성립)’할 경우에만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본인이 작성 사실을 부인해도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미국 연방증거규칙은 목격자, 전문가 증언 등 다른 간접 자료를 종합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뒀다. 외관이나 내용 등을 통해 작성자를 특정할 수 있을 때에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통상 피고인이 작성하거나 전달한 이메일, 피고인 웹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과 글 등은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미국은 디지털 자료를 모두 전문증거로 보는 한국과 달리 애초부터 전문증거로 보지 않기도 한다. 내용의 진실 여부가 아니라 송·수신자 간 관계를 입증하려는 목적으로 제출된 이메일 증거는 전문증거가 아니다. 진술 당시 피고인의 마음 상태나 사건의 전후 관계 등을 보이기 위해 제출된 디지털 자료도 전문증거로 보지 않는다.

증거능력 인정 과정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은 자필 서명, 날인, 원진술자 인정 등이 있어야 증거의 진정성이 성립된다. 미국은 진정성 인정 방법이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엄격한 규정을 정해놓기보다는 배심원 판단에 맡긴다.

전문증거 법칙을 완화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은 지난해 5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디지털 포렌식 조사관의 증언 등 제삼자 진술이나 그 밖의 객관적 방법으로 진정성이 인정되면 디지털 증거에도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식이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그해 2월 압수수색 절차와 관련된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압수수색 일시·장소를 통보하는 게 불가능하거나 진행 중인 재판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을 경우 피의자·변호인에게 압수수색 일시·장소를 통지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