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태후’ 음원시장도 쥐락펴락… 인기 방송 프로그램들 음원 차트까지 잇따라 석권

입력 2016-03-27 20:12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독식하는 ‘막후 실력자’는 바로 인기 방송 프로그램이다. 방송이 흥행하면 삽입곡도 덩달아 인기를 얻는다. KBS ‘태양의 후예’, tvN ‘응답하라 1988’, MBC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위쪽부터). 각 사 제공

예고 없이 음원 차트를 뒤흔드는 존재가 있다. 음원 강자들과 맞붙어도 흔들림이 없다. 하루를 지키는 것도 힘든 차트 경쟁에서 몇 주 동안 순위를 독식하기도 한다. 음원 차트의 막후 실력자, 이들은 대체 누구일까.

본격적으로 앨범을 내거나 음악 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이따금 음원 차트를 장악하는 존재, 바로 ‘방송’이다. KBS ‘태양의 후예’, MBC ‘무한도전’(무도), tvN ‘응답하라 1988’(응팔), 엠넷 ‘쇼 미 더 머니’ 등이 지난해부터 음원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최근 음원 차트를 평정하고 있는 방송은 ‘태양의 후예’다. 7곡의 드라마 OST가 발표됐는데 27일 기준 5∼6곡이 주요 음원 차트 10위 안에 포진해 있다. ‘이 사랑’(다비치), ‘유 아 마이 에브리싱’(거미), ‘말해? 뭐해!’(케이윌) 등과 함께 24일 공개된 린의 ‘위드 유(with you)’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강력한 음원 경쟁력을 가진 장범준의 새 앨범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장범준 2집에 실린 ‘사랑에 빠졌죠’ ‘그녀가 곁에 없다면’ 등이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런 장범준도 ‘태양의 후예’의 막강함을 언급했다.

장범준은 26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 “이번에 신곡 나온 거예요? 얼마 전에 보니까 1등 쫙 하고 있더라고”라고 말한 박명수에게 “1등 못 했어요. ‘태양의 후예’ 때문에. 지금도 못 하고 있을 거예요”라고 했다.

이어진 박명수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이거(무도) 하면 이길 수 있어.” 농담이었지만 흘려보낼 만한 말은 아니다. 무도는 실제로 음원시장의 ‘검증된 거물’이다. 무도에 출연하면서 재조명된 가수들의 노래가 갑자기 음원 차트에 진입하는 일이 종종 있다.

2년마다 선보이는 ‘무도가요제’는 가요 기획사들로부터 ‘음원시장을 교란한다’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영동고속도로가요제’는 8∼9월 음원 순위를 꽉 잡았다. 무도가요제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혁오의 ‘위잉위잉’ ‘와리가리’,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등부터 8월 말 공개된 가요제 출품곡까지 8∼9월은 무도 천하였다. ‘신곡을 발표하려면 무도가요제는 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무도와 같은 시기 차트를 나눠 가진 음원들은 ‘쇼 미 더 머니4’에서 공개된 곡들이었다. ‘겁’(송민호), ‘거북선’(Ja Mezz, Andup, 송민호), ‘오빠차’(인크레더블·타블로·지누션)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쇼 미 더 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 등 힙합 오디션 프로들은 시청률과 무관하게 음원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미디어가 다양해지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방송의 매체 파워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 2월까지는 ‘응팔’이 음원 강자였다. ‘소녀’(오혁), ‘걱정말아요 그대’(이적), ‘함께’(노을), ‘혜화동(혹은 쌍문동)’(박보람)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OST는 잘 만들어진 곡에 좋은 목소리가 입혀지다 보니 ‘믿고 들을 만한 곡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