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클래식계 오빠 부대 만든 ‘디토 페스티벌’ 예술감독 리처드 용재 오닐

입력 2016-03-27 20:04
실내악 그룹 ‘앙상블 디토’의 리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그는 26일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아 젊은 연주자를 적극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크레디아 제공

“‘앙상블 디토’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디토가 한국에서 클래식의 대중화에 기여한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실내악 그룹 앙상블 디토의 리더이자 디토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8)이 올해 1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다. 지난 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지난 10년간 한국에 실내악을 좀더 많이 알리는데 주력해 왔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젊은 연주자들에게 좀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2007년 결성된 앙상블 디토는 그를 중심으로 임동혁, 스테판 재키브, 마이클 니콜라스 등 탄탄한 연주력과 세련된 외모를 갖춘 젊은 연주자들이 모였다. 2009년부터는 매년 앙상블 디토 외에 국내외 실력파 연주자와 신예를 초대해 ‘디토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오는 6월 12일∼7월 3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디토 페스티벌은 ‘베토벤: 한계를 넘어선 자’로 테마를 정하고 베토벤을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꾸렸다.

그는 “베토벤은 음악가로서 치명적인 청각장애를 겪으면서도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음악을 남겼다”면서 “그가 겪었을 절대적인 고통과 고독을 우리는 아무리 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디토 10주년을 맞아 인류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작곡가인 베토벤에게 헌정하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꿈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 동안 그가 속한 현악 사중주단인 ‘에네스 콰르텟’이 베토벤 현악 사중주 17곡을 전부 연주할 예정이라 눈길을 끈다. 에네스 콰르텟은 2010년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를 필두로 오닐과 바이올리니스트 에이미 슈워츠 모레티, LA필 첼로 수석인 로버트 드메인으로 출범했다. 세계적인 현악 사중주단으로 각광받는 에네스 콰르텟의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그와 친분이 있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이머가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와 한 무대에 선다. 드바르그는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독특한 해석으로 우승자 이상의 큰 반향을 일으킨 연주자다. 한국 클래식계의 기대주인 첼리스트 문태국과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듀오 무대도 준비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카잘스 첼로 콩쿠르와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는 “이제 나는 젊지 않다. 내가 어렸을 때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이제는 어린 연주자들을 돕고 싶다”면서 “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하려면 우선 무대에 설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디토 페스티벌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