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주열 한은 총재의 ‘고용 안정’ 강조 의미 커

입력 2016-03-27 17:3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25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고용 안정이야말로 경제정책이 추구해야 하는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2월 청년실업률이 12.5%로 최악에 달한 통계를 거론하며 ‘고용 안정’이 정책의 최우선과제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중앙은행 수장의 입장이라고 하기엔 다소 이례적이다. 중앙은행의 근원적 역할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다. 한은법에 명시된 이 기능은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이다. 이 총재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 한은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기도 한다.

한은은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고용 문제에 관한 이 총재의 관심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사롭게 여겨지지 않는다. 2014년 4월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 ‘고용 우선론’을 강조해 왔다. 특히 이번에는 그동안의 원론적 수준을 넘어 “많은 중앙은행이 고용 안정을 명시적 또는 암묵적 정책목표로 설정할 만큼 정책 결정시 중요한 고려 요소로 삼는다”고 했다. 미국과 호주의 중앙은행 등 외국 사례까지 들면서 통화정책과 고용의 상관관계를 역설한 것이다. 일각에서 통화정책의 기조에 고용 안정이 추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한은법의 설립 목적에 고용 안정을 추가하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한은의 본질적 정책목표인 ‘물가·금융 안정’과 ‘고용 안정’은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과연 일자리 문제까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통화정책 목표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중요한 것은 고용 안정을 한은법에 추가하느냐 여부가 아니다. 한은법에 명문화하지 않더라도 정부 정책과의 공조화에 따른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은이 일자리 지표를 통화정책의 주요 잣대로 삼을 경우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부 정책에 어떤 식이든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 문제에 고심하는 한은의 노력이 고용 절벽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