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주요 대도시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1까지 기록하고 있지만 지방이나 중소도시에서는 미달된 단지가 속출했고 심지어 청약 접수가 한 건도 없는 곳도 나타났다. 주택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흥행이 확실한 곳에만 수요가 몰리고 불안한 단지에는 눈길조차 주길 꺼리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에서 분양 중인 해운대 비스타 동원은 지난 20일 청약 접수에서 369가구 모집에 3만201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86.8대 1을 기록했다. 올해 부산에서 나온 평균 청약 경쟁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앞서 부산 온천천 경동리인타워는 평균 36.5대 1의 경쟁률로 청약 1순위 마감했다.
대구에서는 지난 1월 100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두 곳 나왔다. 대구 중구 일대에 분양한 e편한세상 대신은 217가구 모집에 2만8074명이 몰렸다. 129.4대 1의 평균 경쟁률이다. 대구 수성구 재건축 단지인 범어 효성해링턴 플레이스는 35가구 일반분양 모집에 5229명이 몰리면서 149.4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서울에도 흥행에 성공한 단지가 잇따랐다. 삼성물산이 서울 광진구 구의1구역을 재건축한 래미안 파크스위트는 이달 초 청약 접수 결과 402가구 모집에 5039명이 지원해 평균 12.5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현대건설이 공급한 힐스테이트 녹번도 225가구 모집에 2624명이 지원해 평균 11.66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하지만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과 중소도시에서 공급된 물량은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초라한 성적을 내는 중이다. 경주 천북지구 휴엔하임 퍼스트는 1순위 청약 결과 658가구 모집에 125명만 지원했다. 2순위 청약에서도 일부 주택형은 미달됐다. 경기도 안성 아양시티 프라디움도 688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단 42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또 대형건설사들이 공급하는 단지에 청약 접수가 몰리면서 중소업체들이 시공한 단지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1∼2월 전국에서 순위 내 청약 마감에 실패한 주택 1726가구 중 1049가구가 시공능력 평가 순위 30위권 밖 업체들이 건설한 물량이다. 해오름종합건설이 전북 완주에 분양한 고산 더리치는 119가구 모집에 단 한 가구도 신청하지 않았다. 믿음종합건설이 전북 고창에 분양한 고창 석정힐스 2차는 231가구 모집에 192가구가 미달됐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묻지마’ 청약은 사라지고, 향후 가치와 입지를 고려해 꼼꼼하게 따지며 청약하는 추세”라며 “앞으로도 이런 양극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청약도 ‘부익부 빈익빈’… 대도시 150대 1 vs 지방선 접수 ‘0’
입력 2016-03-2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