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3∼24일 반월시화공단을 시작으로 구미, 광주, 오송 산업단지를 잇따라 방문했다. 경기도에서 경북, 전남, 충북까지 이동거리만 1000㎞에 육박한 이 일정은 수출 애로점을 기업으로부터 직접 듣겠다며 시도한 ‘수출 카라반’ 행사다.
수출 카라반에는 주 장관과 함께 중소기업청장과 무역보험공사 사장, 수출입은행장, 무역협회 부회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부사장 등 수출 유관기관, 금융기관장들이 대거 동행했다. 장관과 기관장들이 함께 1박2일 지역을 순회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27일 “버스를 타고 현장에서 이동하며 의논하자는 카라반 아이디어를 (장관이) 직접 냈다. 1박2일로 늘어난 것도 장관 의지였다”고 전했다.
총선거를 앞두고 정부부처 장관들의 현장 방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책상을 떠나 수출 문제부터 고용, 농촌 문제까지 현안을 놓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해법을 찾자는 취지다. 국민들에게 정부의 정책 서비스를 알리는 것도 현장을 찾는 이유다.
산업부뿐만이 아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지부진한 노동개혁 법안 통과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현장 방문과 간담회를 개최해 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기업 방문 간담회, 여성 고용 관련 현장과 규제 프리존 현장을 찾았다.
장관들의 현장 행보는 올 초 정부 업무보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강조하며 현장행(行)을 지시한 것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보다 ‘정책 체감도를 높이라’는 청와대 지시에 맞물려 눈에 보이는 이벤트성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현장을 찾은 장관들은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데 집중했다.
산업부는 수출 카라반을 이어가기 위해 1, 2차관과 1급 이상 간부들에게 주요 시·도 지역을 할당, 방문하도록 했다. 방문 미션은 ‘수출 활력 회복을 위한 정부의 중점 시책 설명’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주간 4대 그룹 동반성장 협약식에 참석, 똑같은 축사를 반복해 구설에 올랐다. 현장 방문을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을 시작하면서 전북 순창을 찾았는데, 이곳에서 한 일이라곤 비닐하우스 보온덮개 교체와 꽃·묘목 식재뿐이었다.
한 유관기관 관계자는 “장차관들이 현장을 찾으면 긍정적인 심리 효과를 준다는 장점은 있다”면서도 “그런데 요즘 진짜 챙겨야 할 일들을 챙길 여력이 없다는 담당자들 얘기가 자주 들린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세종=이성규 기자
‘우·문·현·답’에 빠진 장관들
입력 2016-03-2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