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결혼한 A씨는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란 이유로 남편에게 무시당했다. 말다툼이 생기면 남편은 A씨를 두고 집을 나가버렸다. 남편은 결혼 10년간 생활비를 벌어오더니 병원에서 종양 제거술을 받고 난 뒤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2000년 들어선 “사업을 하겠다”며 집 밖을 떠돌았다.
두 자녀 양육은 A씨 몫이었다. 식당 운영, 파출부 근무 등으로 생활비를 벌어 두 아이를 성인으로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2007년 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방치했고, 독단적으로 이사한 뒤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며 위자료 5000만원과 재산분할금 4억원을 요구했다. A씨도 “혼인 파탄은 남편 책임”이라며 맞소송을 냈다.
1·2심 법원은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판사 민유숙)는 “A씨 부부의 혼인관계 파탄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며 남편의 청구를 기각하고 A씨의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 남편은 결혼생활 30년 중 16년 이상을 부부간 동거·자녀 양육 의무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병원에 입원했을 때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혼인 파탄 책임을 아내에게 지우려 한 남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는 남편에게 주택구입 자금에 대한 재산분할로 2억원을 주게 됐다.
한편 사업 실패로 집을 나간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낸 B씨도 최근 승소 판결을 받았다. B씨의 남편은 계속된 사업 실패로 부부간 갈등이 생기자 2013년 집을 나갔다. 이후 남편 사업 자금에 쓰인 대출금 5억8700만원을 갚아야 했던 B씨는 “혼인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며 법원에 이혼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이은애)는 1심과 같이 B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두 사람은 이혼하고, 남편은 B씨에게 위자로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남편은 사업 실패 등으로 B씨와 갈등이 생기자 이를 회피하려고 일방적으로 집을 나왔다”며 “가족간 동거·부양 의무를 저버렸다”고 판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초졸 아내 30년 무시… 사업 실패 갈등 가출… ‘찌질한 남편들’
입력 2016-03-27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