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연합예배 설교] 부활의 생명을 온 누리에

입력 2016-03-27 18:23 수정 2016-03-27 20:21

베드로와 제자들은 사람을 낚는 어부의 길, 그 사명의 길을 버리고 먹고살기 위해 고기 잡는 어부로 돌아갔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그들 생의 걸림돌이 됐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의 연약함을 아시고 아무 탓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도리어 밤새도록 고기를 잡느라 곤고한 그들을 환대하셨습니다. 구운 생선과 빵을 내어주시고 따뜻한 숯불도 쬐게 하셨습니다. 단절됐던 성만찬의 친교는 회복됐고 제자들은 다시 한 번 그리스도이신 예수님 안에서 하나로 연합됐습니다.

몸도 마음도 새로운 소망으로 힘을 얻었을 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말씀하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세 번 반복된 이 짧고 단순한 질문이 베드로의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았습니다. 베드로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베푸시는 치유와 화해의 은총에 압도당한 채 예수님에 대한 사랑을 세 번 고백합니다. 예수님은 역시 세 번 반복해 “내 양을 먹이라”고 간곡하게 부탁하십니다. 베드로의 사명을 거듭 재확인해 주시고 변치 않을 확신을 주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명과 빛이, 십자가의 죽음으로 상처 입고 절망한 베드로와 제자들을 치유하고 예수님과 다시 하나 되는 참된 용서와 화해의 길을 활짝 여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한국교회는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겨울은 봄과 여름과 가을의 기억을 그 안에 간직한 채 자신을 돌아보는 계절입니다. 위기인 동시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입니다.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회복의 기회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아파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명의 빛이 베드로와 제자들을 회복하신 것처럼 오늘 한국교회를 새로운 성만찬의 친교의 자리로, 하나 됨의 자리로, 치유와 화해의 자리로 부르십니다.

우리는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예수님의 초대 말씀을 함께 듣습니다. 부활하신 영광스러운 몸에 십자가 죽음의 상처를 간직하신 채 주님은 거듭 우리를 향해 애타게 물으십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처음 사랑을 회복합시다. ‘주님, 우리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십니다’라는 용서와 사랑의 고백을 드립시다.

지금 주님은 우리에게 사명을 위탁하십니다. “내 양을 먹이라!” 목사의 양이 아닙니다. 교회나 교단의 양도 아닙니다. 그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리신 예수님의 양입니다. 하나님의 양인 가난한 자, 포로 된 자, 눈먼 자, 눌린 자는 누구입니까. 오늘 이 시대의 작은 자들이 아닙니까. 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병들고 옥에 갇히고 나그네 된 자들이 아닙니까. 이들이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부활 생명과 빛으로 목양해 풍성한 생명을 얻고 누리게 해야 할 하나님의 양들입니다.

한국교회가 이들에게서 예수님의 현존을 발견하고 행한 나눔·돌봄 사역은 부활 생명과 빛을 온 누리에 전하는 은총의 통로가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통해 부활의 생명과 빛으로 하나님의 양들에게 치유와 화해, 복음의 꼴을 먹이실 때 부활 생명과 빛이 온 누리에 충만할 것입니다.

채영남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