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및 일본의 한국 전문가들과 한·중·일 3국 관계에 관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한국이 안보나 경제발전 과정에서 중·일을 활용하려면 현재 두 나라의 관심사나 장래의 정책방향에 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데 실제 그런지 의문을 표시하면서 자신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몇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인 친구는 몇 달 전 롯데가의 형제 싸움을 왜 한국의 모든 주류 언론에서 일주일 이상 대서특필했는지 이유를 물었다. 지난 몇 년간 인공지능 문제가 최대 관심인 일본에서는 재벌가 형제의 난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한국 언론을 보면 마치 한국으로 가는 중국인 관광객을 일본이 유치하려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도하는데 이는 일본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평했다. 일본 관광진흥정책의 핵심은 관광객 숫자가 아니라 일본에서만 경험 가능한 프로그램 개발과 편리한 상품구매 시스템 구축에 있으며, 이 결과로 중국 관광객이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선진국이라고 자만하다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 실기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중국인 친구는 최근 중국 내 여러 움직임을 요약해 설명해 주었다. 우선 중국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입 시간을 단축하고자 기술을 획득하기위해 외국 기업과 인수·합병(M&A)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M&A가 어려운 경우 고속철 사례처럼 일본 신칸센이나 독일 고속철 기술을 조금씩 도입해 중국 기술화하는 정책을 취한다고 했다.
또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서 단기간에 이익을 내려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중국 파트너와 장기간 호흡하면서 ‘윈-윈’ 하려는 마음가짐으로 투자해야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했다. 그는 삼성 휴대폰이 중국 시장에서 밀린 이유의 하나로 중국 내 애프터서비스(AS) 기간을 타국보다 짧게 잡는 이중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에서는 금기 사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한다. 외교에 있어서도 중국에는 북핵보다는 남중국해 문제나 대만 민진당 정권교체 후 양안관계 변화가 더 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중 교섭 시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한국 언론들은 지나치게 국내 이슈 위주로 보도하고 정작 국민들이 알아야 할 국제정세나 중국에 대한 객관적 보도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평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일반 국민들이 중국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문도 제기했다. 한국 언론이 지나치게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관심을 보이는 것과 달리 현재 중국 정부의 최대 관심은 국민경제비중이 높은 국유기업 구조조정과 동북지역의 노후 전통산업 재배치에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중·일 사이에 끼어 역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들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해 중견국으로 발전한 것도 일본과 중국의 기술과 시장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일과의 협력을 강화해 우리가 가진 지정학적인 마이너스 자산을 미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과 일본을 기존 관념이 아닌 보다 중립적이고 새로운 눈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과 장기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국민 전체의 전략적 마인드도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양국의 다양한 조언과 충고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정상기 (건국대 석좌교수·중국연구원)
[한반도포커스-정상기] 변화하는 중·일 냉철히 봐야
입력 2016-03-27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