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고 방심했다간 꽃샘추위에 심장 ‘쿵’… 돌연사 주의하세요

입력 2016-03-28 18:19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심장내과 전문의)이 최근 심혈관질환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은 한 러시아 여성 환자와 심근경색증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종병원 제공
구모(65)씨는 최근 아침 일찍 등산길에서 갑자기 쓰러져 죽다 살았다. 산 중턱에 다다랐을 때쯤 심근경색이 발생, 평소 느끼지 못했던 극심한 흉통을 느끼고 쓰러진 것이다. 구씨는 주위 사람들과 119구급대원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한낮에는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지만 아침과 저녁에는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는 등 일교차가 크게 벌어져 심장혈관이 견뎌내야 할 부담이 커졌다. 노년층과 만성질환자는 물론 최근 들어 바깥활동량이 부쩍 늘어난 중년층도 심근경색 발생을 조심해야 할 때다.

꽃샘바람이 부는 봄철은 날씨가 추운 겨울철 못지않게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4년 월별 심장혈관질환 진료인원 자료를 봐도 3∼5월에 병원을 찾은 환자수가 83만4687명으로 12∼2월의 82만9089명보다 많다.

심근경색은 혈류 차단으로 심장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심장마비와 더불어 피가 안 통해 심장근육이 급속히 괴사되는 급성 심근경색은 봄철 돌연사의 주원인이라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봄철에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심장혈관질환이 유독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 한 낮엔 따뜻하다고 해도 아침저녁으로는 공기가 차가울 정도로 심한 기온 변화와 함께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혈관수축현상이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 겨우내 춥다고 바깥활동을 크게 않다가 날이 따뜻해지면서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는 등 바깥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심장에 무리를 주게 된다.

일교차가 큰 날 새벽이나 저녁 찬 공기에 몸이 노출되면 체내 혈관은 반사적으로 수축하게 되고, 그로 인해 피의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심장은 체온을 끌어올리려 더 빨리 일을 하게 되면서 박동수가 급증하고, 혈압도 급상승하기 쉽다.

따라서 심장혈관질환에 의한 봄철 돌연사 위험을 피하려면 되도록 바깥활동은 바깥 공기가 찬 새벽이나 저녁시간보다는 한낮에 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 이른 아침 또는 저녁에 활동해야 할 때는 심한 기온변화에 대비해 가볍게 껴입을 수 있는 옷을 여벌로 준비하거나 입고 벗기 쉬운 옷을 겹겹이 입어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밖에 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흡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심장병 위험인자들도 관리해야 한다. 특히 흡연과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고콜레스테롤 음식섭취를 삼가야 한다. 고혈압 및 당뇨 환자는 혈압과 혈당 관리도 중요하다. 운동은 주3회 이상, 땀이 날만큼 규칙적으로 하되, 운동 전 충분히 준비운동과 운동 후 휴식을 취해야 한다.

물론 평소 자주, 반복적으로 가슴 통증을 느낀다거나 갑작스럽게 심계항진(두근거림), 현기증,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 등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심장병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심장내과 전문의)은 28일 “일교차가 심한 봄철에는 갑작스러운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한다”며 “심근경색 등 돌연사 위험이 높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평소 혈관건강에 관심을 갖고 적정체중 유지, 꾸준한 운동, 채소와 생선 중심의 저염 식습관 등 심장건강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