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 친박, 김무성 압박하며 정종섭·추경호 살려내

입력 2016-03-25 21:27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25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의 공천을 받아내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두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큰 대구에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후보로 출마해 상징성이 컸다. 하지만 가장 논란이 됐던 대구 동을과 서울 은평을의 무공천은 끝내 막아내지 못했다. 청와대가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무소속 유승민 이재오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져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당 지도부가 유 의원 지역구를 무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유 의원 당선 가능성이 100%가 됐다는 질문을 받고서다. 공관위원이었던 박 부총장은 “공관위가 단수추천했던 이재만 전 동구청장의 출마 자체를 봉쇄했다”고도 했다. 다른 친박 의원은 “김 대표가 무소속 출마조차 할 수 없는 타이밍을 노려 전격적으로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에 두 개 지역을 살린 것만으로도 다행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사실 친박으로선 김 대표가 후보자 등록 마감 시한까지 공천 추천서에 도장을 안 찍고 버티면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당대표 권한대행 운운하며 김 대표를 압박했지만 당헌·당규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마감 시한이 임박할수록 애가 타는 건 친박이었다. 결국 김 대표가 지난 최고위 회의에서 제안했던 상징적인 세 곳을 무공천하는 방안을 뒤늦게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당장 총선이 코앞에 닥친 만큼 계파 갈등이 첨예하게 불붙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선거를 진두지휘할 사람은 김 대표라 노골적으로 흔들기가 쉽지 않다. 다만 양측의 불신은 더욱 깊어져 내홍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당장 서청원 최고위원은 비공개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공세를 예고했다. 친박은 김 대표가 최고위와 상의 없이 독단적인 결정으로 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당을 혼란에 빠뜨린 점을 문제 삼을 태세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