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25시간짜리 반란… 유승민·이재오는 챙겼다

입력 2016-03-25 21:19



‘옥새 전쟁’이 벌어진 새누리당은 25일 내내 벌집 쑤신 듯 어수선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최고위원들은 오전 8시부터 국회 원내대표실에 모여 대책회의를 했다. 전날 원유철 원내대표를 부산에 급파해 김무성 대표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했지만 실패한 터라 분위기가 무거웠다.

그 시각 김 대표는 부산을 출발해 서울 여의도당사로 향했다. 당사에 도착한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공천 추천서에 도장을 안 찍겠다는 김 대표와 찍으라는 친박 간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 간담회엔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이정현 안대희 최고위원과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김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을 뺀 전원이 모였다. 이들은 김 대표의 옥새 투쟁을 ‘공천 보이콧’으로 규정했다. 일단 최고위를 소집해 5개 지역(서울 은평을 송파을, 대구 동갑 동을 달성) 단수추천 안을 의결하고, 김 대표가 끝까지 공천장에 도장 찍기를 거부하면 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밀어붙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후의 사태를 대비해 당대표 권한대행 직인을 새로 만들어 원 원내대표가 날인하는 시나리오도 검토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에선 이런 절차를 밟을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법적 논란 등을 꼼꼼하게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10시40분쯤 원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나왔다. 그는 “오전 11시30분 당사에서 최고위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김 대표가 최고위 소집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때부터 김 대표와 친박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김 대표와 친박 최고위원들이 당사 6층 회의실에 마주 앉았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김 대표가 끝까지 (날인을) 거부하면 모든 법적인 책임은 대표가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비공개회의가 열리는 동안 당사 6층엔 취재진은 물론 외부인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김 대표와 가까운 김학용 김성태 김용태 김종훈 의원도 회의장 바깥에서 대기했다.

후보자 등록 마감을 2시간여 앞두고 양측은 유승민(대구 동을)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 지역구와 송파을은 무공천하고 정종섭(대구 동갑) 전 행정자치부 장관, 추경호(대구 달성) 전 국무조정실장은 공천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이런 내용을 브리핑한 황진하 사무총장은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회의가 열리는 당사 주변에선 크고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 150여명은 ‘배신의 정치, 공천 갑질, 김무성 대표 사퇴하고 즉각 탈당하라’ ‘유승민 뒤를 따라 비박연대를 만드는 게 어떠한가’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참가자는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했다. 이에 맞서 ‘김무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30여명은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김 대표 이름을 연호했다.

권지혜 이종선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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