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년째 넘지 못한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벽

입력 2016-03-25 18:08
한국 경제가 후진(後進) 중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은 2만7340달러로 2014년보다 2.6% 감소했다. 이 수치가 줄어들기는 금융위기 여파를 겪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2006년 2만 달러대에 진입한 뒤 10년째 3만 달러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흔히 ‘3만 달러’를 선진국과 중진국의 경계로 여긴다.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 ‘잃어버린 10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 그런데, 1인당 GNI 3만 달러가 되면 과연 우리 살림살이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한국은행은 25일 지난해 경제성적표를 발표하며 환율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2014년 평균 1053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131원으로 높아져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이 줄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이 정도 환율 상승을 극복하지 못할 만큼 활력을 잃었다. LG경제연구원은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2만7100달러, 내년 2만7000달러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안에 3만 달러 시대를 연다는 목표 아래 경제를 운용해 왔지만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 큰 문제는 ‘2만7340달러 시대’도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데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가속화된 양극화로 한국의 부(富)는 덩치 큰 기업에 집중됐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그들에게 괜찮은 임금을 줄 수 있는 직장이 한정돼 있어서다. 급속한 고령화는 양극화의 그늘을 더욱 짙게 한다. 벌써 ‘노후파산’이란 조어까지 등장했다. 공교롭게 국민소득이 줄었다고 발표된 날 공개된 고위 공직자 재산은 많이 불어나 있었다.

한국 경제는 더 성장해야 한다. 그 성장의 방향은 ‘3만 달러 시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3만 달러짜리 삶’을 누릴 수 있느냐에 맞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