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탄핵 ‘쌍끌이 난제’… 리우올림픽 끝 모를 위기

입력 2016-03-25 20:37 수정 2016-03-25 21:39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위한 정지궤도위성 및 정보통신 관련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최를 불과 5개월 앞둔 브라질이 심상치 않다.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는 한창 불이 붙었다. 의회에서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절차도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지카바이러스’의 진앙으로 지목돼 전염원인 ‘이집트숲모기’와의 전면전까지 치르고 있다. 올림픽 흥행은 차치하고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조차 우려스러운 지경이다.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호세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외신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의 탄핵 공세에 격렬하게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인 호세프 대통령은 페트로브라스 스캔들 여파로 정치인생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100만명 넘게 모이는 반정부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의회에서는 탄핵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여기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비리 혐의 기소를 막기 위해 그를 장관에 임명한 선택은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호세프 대통령은 “내가 왜 사임해야 하나. 여자이기 때문에?”라고 되물으며 “야권이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불법적으로 몰아내려 한다”고 분노했다. 이어 “브라질에선 쿠데타가 진행 중”이라며 “부당하고 불법적이며 범죄적인 축출 시도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남미 각국의 지도자들은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연이어 내놓았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남미국가연합 긴급회의 소집을 제안하며 ‘호세프 구하기’에 나섰다. 나딘 가스먼 브라질 유엔여성기구 대표 역시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성차별적 정치폭력을 포함해 여성을 향한 모든 종류의 폭력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정국 불안이 내부적 불안요소라면 지카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노출된 초대형 악재다. 경제 위기와 각종 난국을 타개할 ‘묘수’로 리우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사활을 걸었던 브라질은 지카바이러스 창궐로 벼랑 끝에 몰렸다. 지카바이러스의 가장 큰 피해인 소두증 신생아는 브라질에서 2개월 만에 500명을 넘어 예년 대비 15배 이상 급증했다. 전신마비를 유발하는 길랭-바레증후군 환자도 급증했다. 대대적인 방역을 벌이고 있지만 감염자가 줄어든다는 소식보다는 각국으로 전파 중이라는 뉴스가 더 눈에 띈다.

브라질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기간에는 비가 적고 기온이 낮아져 지카바이러스 감염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자케스 바기네르 국방장관이 “임신한 여성들이 지카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올림픽을 보러 오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브라질 정부는 이미 흥행 성공 기대를 접은 분위기다. 지카바이러스와의 전쟁과 호세프 대통령 탄핵 국면이라는 ‘쌍끌이’ 난제를 돌파하지 못할 경우 리우올림픽은 성화 점화도 못하고 파행으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