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르헨티나 ‘더러운 전쟁’ 대응 못했다” 인정

입력 2016-03-25 20:39
아르헨티나를 국빈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25일(현지시간)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추모공원 옆을 흐르는 라플라타강에 ‘더러운 전쟁’ 희생자를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70∼80년대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이 자행한 ‘더러운 전쟁(Dirty War)’에 미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아르헨티나를 국빈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 발발 40주년인 24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조성된 군사독재 희생자 추모공원을 방문해 연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두운 시대 초기의 미국 정책에 논란이 있다”면서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에 미치지 못했을 때 민주주의는 이를 인정해야 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데 늦었다. 특히 아르헨티나가 그렇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더러운 전쟁과 관련해 미국이 보유한 군사·정보 기밀자료를 추가로 공개해 독재정권 유지에 미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더러운 전쟁은 1976∼1983년 집권한 군사 독재정권에서 민간인 3만명가량이 학살되거나 실종된 사건을 말한다.

군사정부는 좌파 소탕을 명분으로 야당 정치인, 학생, 좌파 반군, 노조원, 반체제 지식인을 재판도 없이 납치·고문한 뒤 살해하는 등 잔학 행위를 저질렀다. 당시 미국은 중남미 공산주의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군사정권의 폭정을 묵인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이후 “더러운 전쟁은 아르헨티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시대였다”고 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반성’과 기밀자료 추가공개 약속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이 사과했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고 전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