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활의 아침을 경험했는데, 개성의 아침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조만간 개성공단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부활절인 27일 서울 광진구의 나섬교회(유해근 목사)에서 만난 김주윤(61·사진) 목사는 지난 11년간 개성공단에서 펼쳤던 사역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 목사는 지난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따라 남측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부산의사협회 회원들이 세운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에서 행정부원장 등으로 근무했다. 남측 근로자의 예배를 인도하고 상담도 진행했다. 북한의료진과 협력해 무상으로 약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서울과 부산 등에서 20여년간 목회한 그는 평소 북한주민 돕기에 관심이 많았다. 2005년 개성병원에서 근무할 요원을 뽑는다는 소식에 선뜻 지원했다. 봉사직에 가까웠지만 북한 땅, 북한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설렘만 가득했다.
“초기에는 병원 로비에서 예배를 드렸어요. 그러다 모 회사 신우회 예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됐습니다. 감시 속에서도 정성스레 드려지는 북한 땅에서의 예배는 근로자뿐 아니라 목회자인 제게도 큰 위로가 됐습니다.”
그는 ‘목사’라는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예배를 인도한다는 이유로 두 번 고발 당해 강도 높은 조사와 경고를 받았다. 남측 근로자가 ‘목사님’이라고 불러 두 달 간 개성공단 출입이 정지된 적도 있었다.
“한 번은 ‘병원규칙 개정은 ○일부터’라고 대자보를 써 붙였는데 갑자기 북한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습니다. 김정일 장군님 이름 앞에 ‘개’자를 넣어 ‘개정은’으로 표기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흥분한 북한근로자에 둘러싸여 폭행을 당할 뻔 했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보람된 일들이 더 많이 떠오릅니다.”
한 번은 같이 일하던 북한근로자가 “선생, 오늘 기도하러 가는 날 아닙네까. 우리 공장 잘 되라고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북한의 한 감시원은 “선생, 자꾸 예수 예수 얘기하는데 예수가 실존인물입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이때다’ 싶어요. 북한의 주체 연도와 남한에서 사용하는 서기 연도를 비교·설명해 주면서 전도 아닌 전도를 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이 실존인물인 것처럼 예수도 실존인물이라고 말했지요. 북한주민과 함께 기도한 적도 있어요. 들킬까봐 많이 떨렸지만 말입니다.”
그는 개성공단을 ‘트로이의 목마’라고 불렀다. 훈련 받은 남측 그리스도인들이 몰려 들어가 전도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목사는 “개성공단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소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교회와 복지단체들에서 내가 경험한 개성공단 이야기와 북한선교의 중요성을 같이 나누며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개성공단서 11년 사역 김주윤 목사 “규칙 개정은∼” 했다가 “장군님 이름에 감히…” 혼쭐나
입력 2016-03-27 17:43 수정 2016-03-27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