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옥새파동’에 청와대 책임 크다

입력 2016-03-25 18:08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 친박·비박 간 알력이 급기야 김무성 대표의 총선 후보 공천장 날인 거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비화된 근본 원인은 청와대가 제공했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 이후 공천 과정에서 친박 득세를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기 시작하자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공천학살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음에도 청와대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외려 더 밀어붙여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관계는 사실상 회복 불능 상태가 됐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밀회동설이 불거졌을 때부터 공정성과 객관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공천 작업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공천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현 수석이 황진하 사무총장 등과 수시로 통화할 까닭이 없다.

여론조사 등 객관적 기준에서 앞선 후보들을 비박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선 기회조차 박탈하고 내치면서 그 자리에 친박·진박을 내리꽂은 행위가 여론의 역풍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면 대통령을 보좌할 자격이 없다. 대통령 의중을 지레 짐작해 과잉 충성한 게 아니라면 사태가 이 지경으로 악화되지는 않았다. 집권 4년차인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기 위한 수가 도리어 레임덕을 재촉하는 자충수가 됐다. 한국갤럽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박 대통령의 3월 넷째 주 지지율은 36%로 지난주에 비해 4% 포인트 하락했다. 2주 전과 비교하면 10% 포인트 급락했다. 지난해 8월 셋째 주 34%에 이은 최저치라고 한다. 부정평가 이유로 이전에 없던 ‘공천문제, 선거개입’(5%)이 새로 추가된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경제위기에 안보위기까지 박 대통령 앞엔 풀어야 할 난제들이 수북하다. 당청관계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도 난제를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의 지나친 당무 개입은 역효과만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