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부부간에는 ‘금실’이 좋아야

입력 2016-03-25 21:16

“쑥대머리 귀신형용…여인신혼 ‘금슬’우지 나를 잊고 이러는가….”

‘춘향가’ 중에 ‘쑥대머리’ 앞부분입니다. 헝클어진 머리에 귀신 모습으로 옥에 갇혀 한양 간 남자를 그리워하고 원망도 하는 장면이지요. 나는 수절을 하느라고 이 고생을 하는데 당신은 약속만 해놓고 나를 잊었느냐면서 원통해합니다. 여인신혼 금슬우지(與人新婚 琴瑟友之)는 “혹시 어떤 여자와 결혼해서 ‘거문고와 비파(금슬)’의 아름다운 선율처럼 어울려 신혼 재미에 폭 빠져 있느냐”며 목을 놓는 것이겠습니다.

충북 충주에 탄금대(彈琴臺)라는 명승지가 있습니다. 이 ‘금’자가 거문고 琴이고, 우륵이 거문고를 타던(彈) 너럭바위(臺)라는 뜻이지요. ‘타다(彈)’는 거문고 같은 현악기의 줄이나 북 같은 것을 퉁기고 두드린다는 뜻입니다. 彈에 활 궁(弓)이 들어 있는데, 바이올린 같은 것을 연주할 때 쓰는 도구를 ‘활’이라고 하지요.

부부 사이가 좋은 것을 ‘금슬’ 좋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금실’ 좋다고 말해야 합니다. ‘금슬’을 많은 사람이 ‘금실’이라고 하면서 아예 금실로 바뀌었지요. 입이 말을 바꾼 예입니다. 거문고와 비파가 함께 편성돼 잘 어울려 연주된다는 뜻에서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요. 심금(心琴), 마음을 울리는 가야금 선율입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