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현] 디캐프리오의 환경 사랑

입력 2016-03-25 18:17

최근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대 이슈는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였다. 데뷔 25년, 오스카 도전 4전5기 끝에 거머쥔 남우주연상 트로피의 가치보다도 그의 수상소감이 더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현실(Real)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으며 전 인류와 동물을 위협하는 가장 긴급한 사안입니다. 우리 후손을 위해 지금 당장 힘을 합쳐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영화를 논하는 시상식 자리에서 웬 환경 이야기냐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그간 그의 환경운동 행적을 알았다면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그는 2014년 유엔으로부터 ‘지구의 기후변화 문제를 대변해줄 새로운 목소리’의 역할을 일임 받아 유엔평화대사로 임명됐다. 이후 그는 기후변화 정상회담장의 연단에 올랐다. 많은 세계 지도자들에게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만들고 탄소배출량에 단가를 적용하는 등 환경 정책 개선에 앞장서 달라고 진심으로 요청했다. 또 자신은 무언가를 ‘가장’하는 직업이지만 환경을 위해 일하는 당신들은 ‘진짜(Real)’ 행동에 나서 달라고 간청했다. 그의 말은 확신에 차 있었고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해결을 원하는 진심이 전해졌다. 그때 그를 보며 필자는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곧 환경을 위해 일해 오면서 ‘나는 저만큼의 확신을 가지고 실제로 노력했던가’ 하고 말이다. 얼마 전 TV 속 그의 수상 모습에 필자는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그가 유엔평화대사로 연설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엔 가슴 한구석이 뿌듯해지는 느낌도 받았다.

필자가 몸담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환경을 최우선 가치로 꼽고 이러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공사의 운영 모토는 ‘폐기물은 곧 에너지’다.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폐기물을 에너지화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매립가스 발전사업은 매립 시 발생하는 가스를 모아 전기를 만든다. 이곳에서만 매년 1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2007년 이 사업은 UNFCCC(유엔 기후변화협약)에 CDM(청정개발체제)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폐기물 분야 첫 번째 CDM 사업이자 전 세계 폐기물 분야로 등록된 923개의 CDM 사업 중 최대 규모 사업이다.

CDM 사업은 온실가스 감축 등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사업을 지정해 탄소배출권을 발급해주는 전 세계적인 환경 제도다. 이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약 650만CO2톤의 탄소배출권을 발급받았다. 이는 약 280만대의 승용차가 1년간 배출한 온실가스 양과 같다. 최근에는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도상국 및 최빈국을 대상으로 GCF(녹색기후기금)를 이용한 해외협력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환경 문제는 디캐프리오의 말처럼 ‘현실’이다. 필자는 2002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바라본 킬리만자로 만년설은 지난 10년 동안 너무나 많이 사라졌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갈 수 있다.

환경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 일차적으로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되는 폐기물의 직매립을 최소화하고 자원화해 자원과 에너지가 선순환하는 자원순환 사회 기반을 구축, 수도권매립지를 환경·관광·문화가 어우러진 특화된 환경 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재현 수도권매립지 관리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