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옛 유고 붕괴와 함께 촉발된 보스니아 내전(1992∼1995) 과정에서 대량학살을 저지른 혐의를 받아온 전범 라도반 카라지치(70)가 마침내 20여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았다.
영국 BBC방송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유엔 특별법정인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는 24일(현지시간) 인종청소와 대량학살, 살해, 강제이주 등 11개 혐의로 기소된 카라지치에게 10개 혐의를 인정해 징역 40년형을 선고했다.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종신형인 것이다.
카라지치는 보스니아 전쟁의 대량학살과 관련한 최종 책임자로, 그에 대한 전범재판은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 전범 재판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주목받아왔다.
이번 재판은 한국인 권오곤(63) ICTY 부소장이 재판장을 맡아 관심을 끌었다. 권 부소장은 판결문에서 “카라지치가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서 대량학살을 저지르고 강제이주 등를 명령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또 “보스니아 동부 스레브레니차 지역에서 자행된 무슬림들에 대한 인종청소에도 관여했다”고 판결했다.
카라지치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스릅스카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재임 당시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 이슬람교 신자에게 대량학살과 집단강간, 테러 등으로 인종청소를 자행해 ‘보스니아의 도살자’로 불렸다. 특히 이 기간 세르비아계 민병대가 포위한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1만2000명의 시민이 살해됐다. 세르비아계는 또 1995년 7월 보스니아 동부 스리브레니차에서도 단 수일 동안에 무슬림 남성과 소년 8000명을 학살했다.
보스니아 내전에서는 10만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4년 가까운 유혈 분쟁은 유엔 중재로 간신히 마무리됐다.
전쟁 뒤 카라지치는 ICTY로부터 전범으로 수배를 받은 끝에 종전 13년 만인 2008년 7월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체포됐다.
카라지치는 붙잡힌 뒤에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만행에 대해 “갈등을 미연에 막아 평화를 지키기 위한 일이었다”며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스리브레니차 대학살에 대해서도 군이 저지른 일이라며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권 부소장은 사시 19회로 헌법재판소 연구부장, 대구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01년부터 ICTY 상임재판관을 맡아왔으며 2008년에 부소장직에 올랐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발칸의 도살자’ 카라지치 인종청소 유죄 ‘징역 40년’
입력 2016-03-25 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