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다 안보… 난민들, 브뤼셀 테러 후폭풍

입력 2016-03-24 21:38 수정 2016-03-25 00:58
마케도니아와 국경을 접한 그리스 북부 이도메니 지역 난민촌에서 23일(현지시간) 한 난민이 ‘미안해요 벨기에’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붉은색 작은 글씨는 ‘쿠르드족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브뤼셀 테러 여파로 유럽에서는 국경통제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P뉴시스

유럽연합(EU) 본부와 많은 국제기구가 모여 있는 벨기에에서 급진주의 무장단체의 테러가 발생하자 난민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유럽 국가들은 지난해 이후 중동 및 아프리카 출신 난민 유입이 폭증하면서 안보와 인권 문제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았다.

AP통신에 따르면 베아타 시드워 폴란드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테러가 일어난 지금 몇 명이 됐든 난민을 수용하는 게 괜찮다고 말하기 힘들다”면서 EU의 난민 할당안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브뤼셀 테러 이후 EU 회원국이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표한 첫 사례다. 폴란드는 7000명의 난민이 할당돼 있는 상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브뤼셀 테러도 난민 문제 해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럽의 반(反)난민 여론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특히 프랑스 국민전선(FN)을 비롯한 각국 극우 정당들은 난민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 테러를 벌인 일부 테러범이 그리스를 통해 난민으로 위장 입국한 것으로 밝혀진 뒤 이들의 주장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난민 위기가 유럽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유럽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도 싱크탱크 로위국제정책연구소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유럽에 조직원들을 보내기 위해 난민 사태를 활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은 최근 몇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그리스에 불법 입국한 난민을 모두 터키로 송환하는 ‘고육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EU와 터키 간의 이 합의는 유엔과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몰고 왔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전쟁과 테러를 피해 온 난민을 대거 송환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WSJ는 “시리아에서 터키를 통해 유럽으로 오는 루트는 지하디스트의 주요 이동경로”라며 이곳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브뤼셀 테러범 중 한 명인 이브라힘 엘바크라위(29)가 지난해 6월 터키에서 붙잡혀 벨기에로 강제 추방됐다”면서 “그가 외국인 전사라고 벨기에 정부에 경고했음에도 벨기에가 무시하고 풀어줬다”고 비난했다.

한편 프랑스와 벨기에가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와 지난 22일 브뤼셀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해 검거작전을 벌인 나짐 라크라위(24·사진)는 이미 사망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그는 브뤼셀 자벤템 국제공항 테러 때 자살폭탄을 터뜨린 범인 2명 중 1명이라고 보도했다.

IS에 대한 전 세계적 비난이 거세지는 가운데 24일 이라크 정부군이 IS가 점령 중인 북부의 제2도시 모술을 탈환하는 작전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또 시리아 정부군도 이날 IS가 장악해온 시리아 중부 고대유물 도시 팔미라 시내에 진입했다고 시리아 TV가 보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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