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당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한 5개 지역은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후보들이 경선을 치르지 않고 공천을 받은 곳이다. 김 대표는 당헌·당규에서 벗어난 단수추천이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5석을 잃는 한이 있어도 상향식 공천 원칙은 지키겠다며 정치적 생명을 건 셈이다. 김 대표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金, 당헌·당규 샅샅이 훑은 뒤 ‘옥새 투쟁’ 행동으로=김 대표는 ‘옥새 보이콧’을 행동에 옮기기 전 당헌·당규를 수차례 검토했다고 한다.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맞닥뜨릴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살핀 뒤 결단을 내렸다. 시점도 절묘했다. 전날 5개 지역 무공천 방침을 공언했다면 진박 예비후보들이 탈당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할 수 있었는데 이 길마저 차단했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등록 기간(24∼25일) 중 당적을 변경하면 해당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 여기에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김 대표의 전날 기자회견을 묵살하고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을에 단수추천한 것도 명분이 됐다. 김 대표는 “잘못된 공천을 최소한이나마 바로잡아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5개 지역에서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다는 점, 가만히 있다가는 수도권 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위기감 등도 두루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초강수를 던지고 부산 지역구로 향했다.
5곳에서 공천을 받은 진박 예비후보들은 박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이 깊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은 내각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했고,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박근혜 당대표 시절 법률특보를 지냈다. 이 전 구청장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의 대항마로 선거에 뛰어들었고, 뉴라이트 출신 유재길 은평미래연대 대표는 옛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 대신 공천을 받았다.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의 정점에 있는 곳이다.
◇‘30시간 법칙’ 재연되나? 金측 “정치생명 걸었다”=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되느냐는 김 대표의 정치적 입지와도 직결돼 있다. 김 대표에게는 2014년 10월 중국 방문 당시 분권형 개헌 발언을 꺼냈다가 하루 만에 사과한 ‘상하이 개헌 회군’이나 30시간 안에 주장을 접는다는 ‘30시간의 법칙’ 등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래서 김 대표가 과연 끝까지 도장을 찍지 않고 버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후보자 등록 마감 전 적당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정치 생명을 건 분위기다. 실제 김 대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공천 작업이 마무리됐고, 김 대표 대신 선거를 진두지휘할 만한 인물도 없다는 점에서 물러날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한 비박계 의원은 “대표가 여기서 양보하면 대표도 죽고 당도 죽는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친박 허찌른 무대의 ‘외통수’… 타깃은 靑
입력 2016-03-24 21:54 수정 2016-03-24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