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공식적으론 침묵 속으론 부글부글… 金 대표 ‘옥새 투쟁’ 속앓이

입력 2016-03-24 21:55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장 마크 에호 프랑스 외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접견실로 들어오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면서 입술을 꾹 다문 모습. 김 대표는 회견에서 대구 동을 등 5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겠다고 선언했다. 서영희 이동희 기자

청와대는 24일 대구 동을 등 5곳에 대한 공천 의결을 거부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공식적으로는 ‘침묵’을 지켰으나 속내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특히 집권여당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의결을 거부한 초유의 사태에 대해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도 감지된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등 친박(친박근혜)계가 최고위원회를 열어 “당 대표의 무책임한 행위”라며 비판한 것 역시 청와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는 공식 입장 발표는 자제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공천 문제는 당의 일” “별도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극한으로 치닫는 새누리당 공천 갈등과 청와대를 연계하는 시각을 불식시키려는 차원이다. 청와대가 김 대표와 공개적으로 맞선다는 인식을 줄 경우 눈앞에 닥친 총선에서 여권 공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도 퍼져 있다. 김 대표가 일방적으로 ‘무공천 지역’으로 선언한 서울 송파을과 은평을, 대구 동갑·을, 대구 달성 등 5곳이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근혜)’으로 평가받는 인사들이 공천 받은 곳이라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대표의 급작스러운 무공천 선언과 잠행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의 ‘액션’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새누리당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을 바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시각은 ‘배신의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한다. 지난 21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치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언급한 ‘본인 정치’ ‘각자 정치’ 역시 유 의원이 결국은 그 대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재직하던 유 의원이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한 게 아니라 오히려 국정의 걸림돌로 작용했고, 이런 인식에는 현재로 변함이 없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얘기다.

청와대는 유 의원 탈당에 대해선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냉소 어린 비판 분위기 일색이다. 특히 여당 원내대표 시절 정부 정책을 스스럼없이 비판하고 각을 세운 유 의원이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말도 나온다. 계속 자기 정치를 해오던 정치인이 위기 때만 ‘헌법’을 들고 나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오히려 청와대 내에선 새누리당이 대구 동을 공천 문제를 조기에 정리하지 않고 끝까지 미룬 것이 적절했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국정 책임 분담’의 기준에 따라 정리하면 되는데 마지막까지 공천 문제를 끌고 온 것이 오히려 여론의 관심을 유 의원에게 쏠리게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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