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박… 김무성 ‘옥새 투쟁’

입력 2016-03-24 22:08 수정 2016-03-25 01:48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장 마크 에호 프랑스 외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접견실로 들어오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면서 입술을 꾹 다문 모습. 김 대표는 회견에서 대구 동을 등 5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겠다고 선언했다. 서영희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서울 은평을, 송파을과 대구 동갑, 동을, 달성 등 5곳에 대한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대해 의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결이 보류된 5곳에 대해서는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겠다”고도 했다.

김 대표가 사상 초유의 ‘옥새 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상향식 공천 원칙을 어떻게든 살리려고 배수진을 쳤다는 의미다. 김 대표가 무공천을 선언한 지역에는 유승민 의원 지역구(대구 동을)가 포함돼 있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김 대표가 공관위 결정을 극적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공천을 최소한이나마 바로잡아 국민께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며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이 끝나는 25일까지 최고위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했다. 또 “공천 과정에서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 정도로 갔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 수없이 생겼다”며 “당을 위해 헌신하고 수고를 안 아낀 동지들이 당과 멀어졌다”고 공관위를 비판했다.

김 대표가 무공천을 선언한 지역은 유재길(서울 은평을) 유영하(서울 송파을) 정종섭(대구 동갑) 이재만(대구 동을) 추경호(대구 달성) 예비후보 등 5명이 ‘3·15 공천 학살’ 당시 단수 후보로 결정된 곳이다.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로 불리는 이들은 모두 현역 의원이 ‘컷오프(공천배제)’된 지역에서 공천을 받았다.

김 대표는 전날 유승민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 “당을 떠난 동지들이 남긴 ‘정의’ ‘민주주의가 아니다’ ‘사천’ ‘밀실 공천’에 불복하겠다는 말이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며 “당 공천 행위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에도 깊은 자괴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부산 영도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을 찾은 자리에선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오직 국민만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번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게 쏟아지는 어떤 비판, 비난, 무거운 짐은 다 감수하겠다”고 했다. 이어 “한 가지 죄송한 건 이 결정을 내려서 발표하기 전에 최고위와 만나 상의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점 최고위원들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 대표가 기자회견 후 부산으로 떠나자 친박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를 제외한 채 긴급회의를 열고 거세게 반발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부산으로 급히 내려가 김 대표와 만난 뒤 “김 대표가 25일 오후 2시 당사로 오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당무를 보도록 하겠다”면서도 “(최고위 소집 가능성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부산=전웅빈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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