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곁의 ‘송파 세 모녀’ 100만가구 육박… 저소득 생계형 체납 180만명 추정

입력 2016-03-24 22:06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에 살던 60대 실직 어머니와 30대 두 딸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 당시 세 모녀 가구의 월 건강보험료는 5만140원이었고, 그마저 일부를 체납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전 재산 70만원과 함께 ‘밀린 공과금을 못 내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겨 우리 사회 안전망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송파 세 모녀’처럼 건보료를 6개월 이상 내지 못하는 ‘생계형 체납’이 100만 가구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말 기준 6개월 이상 건보료 체납 지역가입 가구가 140만을 넘었고, 체납액은 2조4600억여원이라고 24일 밝혔다.

이 가운데 월 보험료 5만원 안팎의 저소득 생계형 체납은 94만1000가구로 전체 6개월 이상 체납 가구의 67%를 차지했다. 이들이 내지 않은 보험료는 1조2000억원에 달했다. 건강보험 전체 지역가입 가구주가 부양하는 가구원이 평균 0.9명인 점을 고려할 때 생계형 지역가입 체납자는 180만명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건보료를 6개월 이상 내지 않으면 건강보험법상 병·의원을 이용할 때 건보 적용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납부 능력이 있으면서도 장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는 고의적 체납자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서다.

단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서는 일단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이 나중에 의료기관에 제공한 요양급여만큼 체납자에게 환수한다. 결국 체납 보험료와 함께 건보 이용료를 동시에 내야 해 저소득층은 과중한 부담을 떠안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금을 늘려 저소득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건보 재정은 정부의 국고지원(20% 이하)과 국민이 내는 건보료 수입으로 이뤄진다. 그마저도 국회가 이달 초 건강보험법 개정을 하면서 국고지원을 2017년까지만 연장키로 했다.

건보공단 노조는 4·13총선 후보들에게 안정적인 국고지원 법제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