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위안부 할머니 찾은 총회장들… NCCK 소속 10여명 쉼터 방문

입력 2016-03-24 18:28 수정 2016-03-24 20:52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교단장과 사무총장 등이 24일 서울 마포구의 일본군 위안부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찾아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와 대화를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교단의 총회장과 사무총장 등이 24일 서울 마포구의 일본군 위안부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찾았다. 부활절을 앞두고 고난주간 순례의 마지막 여정으로 마련한 ‘100년의 고난-전쟁과 여성, 그리고 기억’ 행사의 일환이다.

전용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등 10여명은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를 만나 위로하고, 한국교회가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작심한 듯 “오늘 괴로운 부탁이 많다. 꼭 들어줘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할머니는 “오랫동안 정부에 해결 좀 해달라고 했더니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속닥속닥 타결했다고 한다”며 “우리는 100억원이 아니라 1000억원을 줘도 소녀상 철거 못하고 이런 타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더러운 일본 돈 받기 싫어 정의기억재단을 만들고 있다”며 “여러 교회에서 협력해 우리를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한국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는 “현재 전 국민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 수 있도록 교재도 만들고 여러 사업을 준비 중인데 모금액이 많지 않다”며 “할머니들의 부탁은 위안부 타결을 무효화하는 것과 더불어 정의기억재단을 만들어 아픈 역사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할머니의 계속된 간청과 섭섭함 토로에 이동춘 NCCK 회장과 전 감독회장, 최부옥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김근상 대한성공회 주교, 암브로시오스 한국정교회 대주교, 이홍정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사무총장 등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 총회장이 먼저 “교단 차원에서 정의기억재단을 돕기 위해 헌금 운동을 시작했다”며 “할머니들이 겪은 아픔은 후손들로 하여금 민족과 역사의 수난, 아픔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스 출신인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도 “정의는 어떻게든 바로 세워져야 한다”며 “현재 한국외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해서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할머니들이 겪으셨던 고통의 여정 속에 수난당하는 하나님이 함께해 오셨다는 걸 믿음으로 고백한다”며 “정의기억재단에 한국교회 성도 100만명이 이름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시경 성공회 신부는 “한·일 성공회의 협력관계를 통해 일본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많이 만들겠다”며 “일본인 중에도 정의기억재단에 회원가입을 하겠다는 분이 계셨는데, 이렇게 한·일 양국의 양심적 시민들이 힘을 모으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NCCK는 이어 토크콘서트와 영화 ‘귀향’ 관람 등을 진행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