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옥새투쟁’이 현실화되면서 대구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당장 대구 동을의 이재만 전 동구청장, 달성군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동갑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수성을 이인선 전 경북 경제부지사 캠프는 패닉에 빠졌다. 김 대표의 옥새투쟁이 후보자 등록 마감인 25일 오후까지 이어질 경우 유승민·류성걸·주호영 의원 등 대구 동부라인 ‘무소속 벨트’ 당선이 확실시돼 지지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무공천 지역 당사자들은 모두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상황을 지켜봤다.
◇유승민 캠프=유 의원은 24일 김 대표의 옥새투쟁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침묵했다. 유 의원 측은 이미 전날 탈당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공천 부당성을 충분히 지적했고 이번 선거에 임하는 자세와 명분 등도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탈당을 통해 새로운 길을 걷게 된 만큼 김 대표의 옥새투쟁이 자신의 무소속 출마 행보와는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유 의원 지지자들은 김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속속 선거사무소에 나와 상황을 지켜봤다. 삼삼오오 모여 향후 판세와 유 의원 행보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이미 지역에서 유 의원의 지지세가 탄탄해 이 전 청장과 경쟁해도 당선은 확실하다”며 “어제 이미 결단한 만큼 상황이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지지자는 “김 대표가 너무 뒤늦게 투쟁에 나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옥새투쟁이 성공할 경우 사실상 유 의원의 경쟁자가 없어지는 만큼 들뜬 분위기도 감지됐다.
유 의원은 앞서 오전 6시20분쯤 대구 자택을 떠나 경북 영주시 풍기읍의 선친 유수호 전 의원 묘지를 찾았다. 그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마다 이곳을 찾고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유 의원은 이후 지역 선거사무소를 찾아 당원과 지지자들을 만나 자신의 상황과 향후 일정 등을 설명했다.
◇이재만 캠프=이 전 청장 캠프는 일단 당에 결정을 맡기고 선거운동은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그는 오후 대구 방촌동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이래라저래라 말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당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 등 지도부 내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열심히 선거운동을 한 결과로 공관위가 공천 결정을 한 것”이라며 “저는 앞으로도 선거운동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밀고 나가겠다”고 했다. 이 전 청장은 후보등록 불가 가능성에 대해 “새누리당이 최고의 정당인데 그럴 리가 없다고 저는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오전까지만 해도 “유 의원과 맞대결이 성사된 만큼 멋지게 승부를 걸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었다.
지지자들은 당황했다. 한 지지자는 “당대표가 공천에 이렇게까지 간섭할 수 있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모(40·여)씨는 “유 의원은 당선되고 나서 중앙 정치만 주로 나섰고, 지역을 위해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지역 주민을 잘 아는 건 이 전 청장”이라고 치켜세웠다.
◇요동치는 대구민심=유 의원의 탈당으로 ‘보수의 안방’ 대구 전체의 민심도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대구 동갑·을 지역과 인접한 수성을 지역까지 무소속 후보가 등장하면서 ‘대구 1번 전승’ 신화 붕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구 지역의 한 당원은 “그동안 대구는 박근혜 대통령이 핍박받아왔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50대 지지자들 사이에서 박 대통령이 이렇게 바뀔지 몰랐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대구에서 전화응답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ARS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보다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다”며 “면접관에게 자신이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 번쯤은 새누리당에 회초리를 들어야겠다는 분위기가 중년층 사이에서 감지된다”고 염려했다.
수성갑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에 고전 중인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캠프 역시 우려가 많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는 “그동안 하루하루 지역을 돌며 겨우 김 전 의원 지지율을 따라잡았는데 공천 과정에서 당이 한 번씩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요동치는 대구지역 르포] 대구 벌집 쑤신 듯… 이재만 등 與 예비후보들 ‘패닉’
입력 2016-03-24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