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막장 공천 드라마에는 끝도 없는가. 유승민 의원을 정점으로 한 여당의 공천 갈등이 갈수록 태산이다. 23일 밤 유 의원이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다”라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24일 오전 “정치적 희생양 행세를 하는 것은 시급히 청산되어야 할 구태”라고 맞받고는, 대구 동을 후보자로 친박계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재빠르게 공천했다. 하지만 불과 수시간 뒤 김무성 대표는 유 의원 선거구를 비롯해 공관위가 의결한 5곳에 대한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고 발표해 버렸다. 그는 “이를 위해 후보등록이 끝나는 내일(25일)까지 최고위원회의도 열지 않겠다”고 했다. 발끈한 원유철 원내대표가 친박계 최고위원들만의 회의를 긴급 소집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날인을 거부한 선거구는 이재오 의원이 낙천된 서울 은평을 등 친박 중에서도 성골 출신이 공천된 곳이다. 그간 친박계로부터 갖은 핍박과 모멸을 당한 김 대표는 집권당 초유의 무공천을 선언하며 막판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로써 후보등록 첫날 여당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극도의 혼돈에 빠져들게 됐다. 역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집권당이 후보등록일까지 공천을 확정짓지 못하고 갈등만 증폭시킨 경우는 본 적이 없다.
TV의 막장 드라마에도 엔딩 신이 있고, 마지막에 가서는 대부분 아름답게 포장이라도 하는데 새누리당의 막장에는 이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김 대표가 끝까지 ‘옥새 투쟁’을 할 경우 5곳에서 공천을 받은 ‘진박’ 후보들은 탈당 시기를 넘겨 무소속으로도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들 외에도 새누리당 당적을 갖고 있는 예비후보들은 모두 출마가 불가능하다. 공직선거법상 당대표 직인이 없으면 후보등록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5개 선거구에서 여당 후보는 없고 야당과 무소속 후보들만 있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게 됐다.
그간 우리는 새누리당이 패거리 공천을 해선 안 된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공관위는 권력자의 눈 밖에 났거나, 친박이라는 동아리에 끼지 못하면 가차 없이 칼을 휘둘렀다. 여론조사 1위를 하든, 의정활동을 성실히 했든, 지역을 위해 수년씩 봉사를 해왔든 상관없이 낙천해 버렸다.
이제 주변의 우려와 충고를 무시해 온 여당 지도부가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할 때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 유 의원 등을 내칠 수밖에 없었다고 강변한 친박계 수뇌부는 후폭풍을 감내해야 한다.
한번 찍히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 새누리당발(發) ‘공포 공천’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쉽게 잊히지 않을 오점을 남겼다.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집권당의 공천 활극에 이젠 진저리가 난다.
[사설] 후보등록일까지 지속된 여당 공천싸움 진저리 난다
입력 2016-03-24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