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 유엔 조달시장을 뚫어라

입력 2016-03-24 21:08

국경 없는 글로벌 최대 시장인 유엔 조달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꾸준히 수주량을 확대하면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내수와 수출 동반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에 유엔 조달시장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트라가 24일 밝힌 2014년 국내 기업의 유엔 조달규모는 1억7460만 달러(약 2000억원)로 194개 유엔 조달국 중 25위를 차지했다. 유엔의 전체 조달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의 유엔 조달실적은 2011년 2880만 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늘어나 2012년 5267만 달러, 2013년 775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국내 기업의 유엔 조달시장 점유율도 2011년 0.2%에서 2014년에는 1.01%로 5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유엔 조달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1%대에 그치는 등 여전히 진출할 분야가 많은 상황이다. 또 2014년 기준 유엔 조달규모가 큰 미국(8.74%) 인도(7.09%) 아프가니스탄(4.74%) 벨기에(4.11%) 등에 비해 상대적 점유율도 낮다.

조달물품이 특정 기업에 쏠리는 현상도 심하다. 유엔 조달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 중 상위 3개 기업인 녹십자(백신) 유양산전(항공조명) 블루버드소프트웨어(산업용 PDA) 등이 전체 조달규모의 65∼86%를 차지한다. 조달제품도 의약품과 의료기기, 사무기기 등에 편중됐다. 코트라는 “엔지니어링, 복합운송, 보안장비, 식음료 등은 향후 유엔 조달시장의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면서 “유엔 조달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관련 업계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도 한국산 제품의 조달시장 참여를 적극 원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2016 유엔 조달 플라자’ 행사에 참석한 유엔조달본부(UNPD)의 드미트리 도브고폴리 국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가 높고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제품과 서비스의 공급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상품은 유엔 조달시장 진출에 유리한 점도 갖고 있다. 세계 194개국 물품을 조달하는 유엔은 개도국과 체제전환국에서 조달을 장려해 이들 국가로부터의 조달량이 전체의 64.2%를 차지한다. 한국은 유엔에서 개도국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기업 진출에 긍정적이다. 또 유엔 조달시장은 투명하고 공정한 완전경쟁시장으로 기존 선정 기업의 기득권을 일절 인정하지 않고 규정된 절차에 따라 입찰이 진행된다.

이에 따라 신규 기업의 진입이 활발하고, 우리 수출 중소·중견기업도 노력과 역량에 따라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 김재홍 코트라 사장은 “유엔 조달시장이 우리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