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복지 위해 주택연금 더 활성화해야

입력 2016-03-24 17:43
집은 연금이다. 이제 우리는 집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바꿔야 한다. ‘내 집 마련’을 지상과제로 산업화 시대를 살아온 이들이 노년에 접어들고 있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이 나라의 복지 수준은 그들의 노후를 알뜰히 챙겨주지 못한다. 100세 시대의 늘어난 수명을 감당하려면 평생 일해서 마련한 집 한 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집은 더 이상 재산 증식의 수단이나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OECD 평균(12.6%)의 4배나 된다. 지난달 통계청은 60세 이상 노년층 5가구 중 1가구가 최근 3년 새 빈곤층으로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모두 소득을 기준으로 한 통계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런 통계를 다시 뜯어보고 ‘노인의 빈곤 관련 지표 현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냈다.

찾아낸 시사점은 한국 노인들이 그렇게 가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소득’이 적어 당장 쓸 돈은 없어도 어느 정도 ‘재산’을 가진 이들이 많으며, 내 집 마련을 위해 평생을 달려온 세대답게 그런 재산은 대부분 집이었다. 60대와 70대의 자가(自家) 거주 비율은 각각 71.5%와 72.3%로 40대(51.0%)나 50대(60.8%)보다 월등히 높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재산을 소득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집을 연금으로 바꿔주는 주택연금은 2007년 도입됐다. 이제 겨우 가입자 3만명을 넘어섰다. 집을 가진 노인의 1%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 금융위원회가 주택연금의 문턱을 낮췄다. 주거용 오피스텔과 9억원 초과 주택도 가입할 수 있고, 부부 중 한 명만 60세가 넘으면 가입 자격을 준다. 다음달 출시될 ‘내집연금 3종 세트’에는 취약계층 노인에게 연금을 더 많이 주는 상품도 있다.

주택연금이 활성화되려면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집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 연금에 가입하려 신청했다가 철회한 노인의 절반 가까이는 ‘가족의 반대’를 이유로 들었다. 상속을 기대하는 자녀 때문에 불안한 노후를 견뎌야 한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네 부모의 집을 탐하지 말라’는 계명(誡命)이라도 있어야 하는 걸까.